이숙재/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식량작물연구소 농업연구관

요 며칠, 전 세계는 이세돌 국수와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보면서 기술 앞의 한계극복 도전에 열광하고 찬사를 보냈다. 바둑의 돌은 수가 10170승으로 원자보다 많아 컴퓨터가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인 CPU 1202개와 106만개의 반도체로 무장한 로봇 알파고(AlphaGo)’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였다.

이를 본 사람들은 인간의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로봇에 당당히 맞선 도전정신에 깊은 신뢰와 공감을 보냈다. 로봇은 학습이 된 특정 종목에서만 뛰어날 뿐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아가 없기 때문에 창의성, 상상력, 예측불허한 일의 의사결정은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로봇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할 기술일 뿐 인간은 인류의 소중한 존재로서 기계를 지배하면서 늙지 않고 오래도록 건강한 삶에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람은 과연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생명과학자들은 대체로 120세를 말하고 있다. 사람의 노화는 보통 26세부터 시작되어 120년 정도면 세포분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와 노화는 정비례 관계로 인간의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따라서 불로장생과 불로불사는 부질없는 욕망과 어리석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의 희망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불로장생의 대명사, 진시황은 어떤가? 진시황은 불과 50세에 죽었고 불로초는 영지버섯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시황이 서복에게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하였을 때 제주도에 온 그는 3000명의 젊은이와 함께 버섯을 챙겨 도망갔는데 그 버섯이 영지라는 것이다.

인간의 노화극복에 도전하는 학자들은 노화는 1000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톰 펄스 박사팀이 인간의 4번 염색체가 장수 결정 유전자라는 것을 밝혀냈으며 작년 말에는 미국의 생물학자 다니엘 마르테스 교수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히드라(Hydra)는 노화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여 큰 반향을 불러왔다. 히드라 몸은 줄기세포로 되어 있어서 노화과정 없이 지속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몸을 항상 새롭게 하는데 이는 인류의 숙원인 노화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접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현실적 대안으로 인간의 생명유지 수단인 식품에서 찾아야 하는데 기능성이 풍부한 버섯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버섯은 생물계에서 독자적으로 균계를 형성하여 동물계, 식물계와 함께 생물 3계를 이루고 있으며 엽록소가 없어서 사물기생(腐生), 활물기생, 공생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버섯의 생리활성물질 탐색이 활발하게 진행되는바 이는 식품이 의약품보다 부작용 없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버섯류는 당류가 높고 지질이 낮으며 비타민 B1, B2, 프로비타민 D 등이 함유된 기능성 식품으로 항암작용, 면역조절작용, 생체기능조절 물질 등을 함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혈당강하 물질인 가노데란(ganoderan), 콜레스테롤 감소물질인 에리타데닌(eritadenine), 항균작용의 그리폴린(grifolin)과 이루딘(illudin), 항바이러스작용의 베타글루칸(β-glucan), 강심작용의 볼바톡신(volvatoxin), 항혈전작용의 렌티나신(lentinacin), 항종양작용을 하는 RNA복합체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한 버섯 종류별로 특화된 기능들이 많은데 목이버섯의 에르고스텔(ergosterol) 성분은 자양강장, 노화방지, 비만예방에 좋고 노루궁뎅이버섯의 HECCN 물질은 치매예방과 중추신경장애에 중국의 덩사오핑(鄧小平)이 애호했던 동충하초는 정력보강에 천마는 고혈압, 중풍, 당뇨, 불면증에 일본에서 선호하는 맛버섯은 암세포 억제율이 86.5%로 신령버섯, 상황버섯 다음으로 높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1992년부터 버섯연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노루궁뎅이버섯 2(노루1, 노루2), 느타리버섯 1(세작), 맛버섯 3(황옥, 금관, 금작), 표고버섯 2(선우, 선형), 털목이버섯 3(품작, 풍운, 건이), 흑목이버섯 2(광이, 용아) 5종류 13개 품종을 육성하였으며 농가에 보급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농가의 애로사항인 여름재배용 느타리버섯의 육성과 새로운 재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섯은 제3의 식품으로서 인기가 매우 높아 귀농 가구들 다수가 버섯재배를 선호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영광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버섯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적은 편이다. 현재 식용버섯과 약용버섯의 대부분은 인공재배 기술이 개발되어 있어서 손쉽게 재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식용버섯은 유통시장의 흐름과 가격의 안정화, 약용버섯은 안정된 판로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불로장생을 위해서는 평소에 건강을 지키라는 격언이 있다. 버섯은 섬유소를 비롯한 각종 기능성분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소량씩 섭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한 노화방지의 도전이 끝나는 그날까지 우리의 식탁에서 버섯요리가 반드시 추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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