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길’

산과 숲은 우리들에 건강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자연이다. 산길과 숲길을 걷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고 있으며, 최근에는 트레킹이 대세이다. 최근 영광군이 물무산을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숲 조성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본지는 우리군보다 한발 앞서 조성한 둘레길과 도심숲길의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격조 높은 숲길을 조성하여 건강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호위를 받듯 걸어가는 상쾌한 숲길

노령산맥의 지맥으로 옛 이름은 취령산(鷲靈山)이며, 문수산이라고도 부르는 축령산.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추암리·대덕리와 북일면 문암리 일대에 걸쳐 있다.

축령산의 명물은 편백나무숲으로, 이로 인해 축령산은 삼림욕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룬 축령산(621.6m) 일대에는 4~50년생 편백과 삼나무 등 늘 푸른 상록수림대 1,148ha가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다.

축령산은 전국최대조림 성공지로 손꼽히고 있다. 편백나무는 스트레스를 확 풀리게 하는 피톤치트라는 특유한 향내음이 있어 삼림욕의 최적의 장소로 널리 홍보되어 특히 국·내외 단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축령산 입구 괴정 마을에는 민박촌과 관광농원이 조성되었고, 산 중턱에 40여명의 동자승들이 수도하는 해인사의 진풍경, 산 아래 모암마을에는 통나무집 4동이 있어 체험하고 체류할 수 있는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을 관통하는 임도를 지나가면 태백산맥내마음의 풍금을 촬영하던 금곡영화촌이 연결되어 있다.

이날 산행은 비교적 정상과 가까운 추암마을에서 시작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한낮인데도 햇볕이 차단돼 어둑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20m 이상 공중으로 곧게 뻗은 40~50년생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히 서서 일산을 펴듯 가지와 비늘잎을 펼쳐 하늘을 가렸기 때문이다. 1km가량을 걷다보면 치유의숲 안내센터가 나온다. 치유의 숲을 기점으로 기점으로 숲내음길’, ‘산소숲길’, ‘하늘숲길’, ‘건강숲길네 가지 테마 숲길이 퍼져 있다.

산소숲길의 경우 1.9km(1시간) 구간으로 편백칩 산책로를 걸으며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는 숲길이다. 숲내음숲길은 2.2km(1시간 10) 구간으로 치유필드가 자리한 숲길이다. 편백나무뿐만 아니라 축령산의 다양한 나무와 함께 임종국 선생이 안장된 나무를 지날 수 있다.

건강숲길은 2.9km(1시간 30) 코스로 축령산 주능선을 이어주는 숲길이다. 특히 축령산 전망대에서 편백숲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코스다. 하늘숲길 은 2.7km(1시간 20)로 하늘바라기 쉼터가 있는 구간이다. 쉼터에서 편백나무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숲은 쭉쭉 뻗은 편백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S자를 그려 더욱 운치가 있다. 산림청과 유한킴벌리(), 생명의숲국민운동이 주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2000)‘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숲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숲을 가로지르며 조성된 약 6km의 길은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에 의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숲이 주는 치유의 힘

사람, 동물, 곤충은 언제 어디서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리 몸은 방어 상태를 취하게 된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특별한 물질을 분비한다. 바로 피톤치드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란 뜻의 피톤(Phyton)죽이다라는 뜻의 치드(Cide)를 합성한 말이다.

피톤치드의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면역력을 강화해 질병을 예방하고 강도 높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장기간 견딜 수 있도록 돕는다.

피톤치드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산림청이 숲을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림 치유를 받기 전과 후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 결과 이 같은 효능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숲이 아토피 치료에 효과적인 것도 피톤치드 때문이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은 독성을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아토피와 각종 피부질환의 주원인인 집먼지 진드기 등이 싫어하는 타닌성분도 들어있어 피부염을 완화시켜 준다. 특히 가려움을 덜어줘 가려움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피톤치드는 심신을 상쾌하게 유지시켜줘 불면증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숲에 들어가면 혈압이 절로 낮아지기도 한다. 일단 심리적으로 안정돼 교감신경의 반응 횟수와 강도가 줄기 때문이다.

장성 치유의 숲에서는 이런 편백의 장점을 살려 각종 질병 치료와 트라우마 치유, 임산부를 위한 숲 태교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생애주기별 산림복지의 체험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이 국가 직영으로 몇 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도 양평, 강원도 횡성, 전남 장성 등 3곳에 있는 치유의 숲들이 대표 치유의 숲이다.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는 태교->유아->청소년->가족->노년->수목장 등 모든 연령대에서 숲과 연결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축령산 치유의숲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드림락, 성인기(직장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혁을 증진시키는 힐링락. 행복한 노년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해피락, 아토피, 만성질환, 암환우를 대상으로한 케어락, 일반가족은 물론 임신 부부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인 패밀리락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축령산의 전설, 춘원 임종국

장성 서삼면 모암리와 북일면 문암리 일대를 뒤덮고 있는 편백나무와 삼나무들, 그 넓이가 무려 258ha이다. 빈틈없이 자란 그 나무들은 그야말로 숲으로 된 성벽과 같다.

이 숲 편백나무가 울창한 데는 독림가(篤林家) 임종국 선생의 숨은 헌신이 있었다. 축령산에 대한 그의 독림 인생은 눈물과 감동의 역사다. 농사짓고 양묘업을 했던 그가 몇십년이 지나야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나무심기에 자신의 전재산은 물론 사채, 대출까지 한 상황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은 면이 크다. 더욱이 한국전쟁 바로 직전인지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도 수없이 들었다. 오로지 자신이 아닌 후대를 위한 투자였다.

1915년 전북 순창출신인 고인은 1940년 장성 장재마을로 이주, 1956년부터 1976년까지 사비를 들여 20년간 축령산 일대 596에 편백과 삼나무를 심었다. 625 전쟁중에 불타고 그나마 남아있는 나무들은 땔감으로 베어져 민둥산이었던 축령산은 춘원의 손길에 의해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춘원은 직접 일본에 건너가 3년 동안 나무 키우는 법을 배웠다. 귀국 후 구마모토에서 가져온 편백 종자를 발아시켜 묘목을 키워냈고, 산이 부족해 선산의 묘지를 파묘하고 대신에 나무를 심었다. 자신의 논과 밭을 산으로 바꿔 묘목을 이식하기도 했다. 날씨가 가물 때는 물지게를 져 날랐고, 밤을 새워 산불을 끄는 수고와 헌신도 뒤따랐다.

그러나 춘원이 세상을 떠날 때 그 나무들은 선생의 것이 아니었다. 나무 심는 일에 모든 가산을 내어주고도 그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선생은 다 자란 나무를 담보로 빚을 얻어 계속 나무를 심었다. 결국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선생에게는 자식 같았던 그 나무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나무에 모든 것을 내준 선생의 인생도 어느 정도 보상이 이루어졌다. 산림청은 2002년 그 숲을 사들인 후 () 임종국 조림지로 이름지었다. 그 숲을 가꾼 공로가 인정되어 2001년에는 선생의 이름 석 자가 숲의 명예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선생은 자신의 숲으로 되돌아 왔다. 평생을 가꾸었던 그 숲에 수목장(樹木葬) 되었다.

현재 축령산 편백과 삼나무의 평균 수령이 50년이며, 나무 높이는 18M. 성인 키의 10배이상이다. 큰 키에 날씬한 몸매는 서로 많은 햇빛을 차지하려 경쟁한 끝에 만들어진 맵시다. 다른 종의 식물과 더불어 살기를 싫어하는 침엽수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 숲의 밀도는 헥타아르당 700~2500그루다.

춘원의 집념으로 가꾼 축령산은 전국 조림지 중 성공적 사례로 손꼽히며, 2000년에는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다. 2002년 산림청이 숲을 매입하면서 국유림이 되었고, 20114장성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면서 전국의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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