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2017국제농업박람회사무국 운영부장, 농업정책학박사/농업연구관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슬로우 교수는 동기(動機)이론에서 인간 욕구 5단계설을 주장하였다. 인간의 행동은 각자의 필요성과 욕구에 의해 동기가 유발되는데 욕구는 기본욕구(생리안전욕구)에서 상위욕구(소속과 애정자아자기실현 욕구)로 이어지므로 '인간은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갖고 있고 행동은 만족하지 못한 욕구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낮은 단계의 생리적 욕구를 살펴보면 음식(곧 식량), , 공기와 함께 쉬운 욕구인 활동, 휴식, 배설, 아픔 회피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기본욕구의 핵심인 식량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를 시장경제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지만 선진국들이 농업의 미미한 경제 비중에도 막대한 지원정책을 펴는 이유는 식량안보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요즈음 국민의 관심사로 회자(膾炙)되는 비선(秘線)실세의 권력을 이용한 부()의 축적과 재벌가() 형제들의 끊임없는 재산권 다툼도 근본은 인간욕구의 발로(發露)라고 볼 수 있다. 식량은 최첨단 과학문명의 발달에도 농수산업의 최종산물을 이용하지 않는 한 인공식량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라남도에서는 이러한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업의 생산비 절감과 유기농산물 생산 및 수출 수요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2015.8.19.)'전라남도 FTA 대응 중간 용역보고서' 에 따르면 FTA는 미국 등 52개국과 협상을 체결하였으며 농산물 수입액의 80%를 협상 체결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2014년 기준으로 수입이 320억 달러, 수출이 64억 달러로 25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 농업 생산액이 매년 2,069억 원씩(15년간 누계 3139억 원)의 피해를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FTA 농정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식량 생산기반 유지, 농산물 유통 구조개선, 수출농업 활성화 등에 대한 투자와 향토자원을 이용한 소득사업으로 지역특화품목육성, 향토산업육성 등 다양한 지역사업을 도입하고 있지만 투입한 예산에 비하여 성과는 낮은 실정이다.

이토록 농업의 소중함이 절실한 가운데 우리지역 농업인들의 역경극복 의지는 대단하다. 104년 만의 무더위와 가뭄을 이겨내고 풍년가를 외치기가 무섭게 지속적으로 가을비가 내려 벼 이삭이 싹트는 수발아(穗發芽)현상까지 발생하였다. 전라남도의 통계(10.25.)에 의하면 전남지역 내 수발아 피해면적은 16703ha로 벼 재배면적 166ha10.1%에 해당되는 넓은 면적으로 이는 전국 피해면적의 75%인데 지역별로 살펴보면 고흥 4,610, 영광 4,382, 함평 2,980, 영암 1,842, 무안 1,440ha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벼의 품질이 떨어져 식용으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쌀값은 30년 전 가격 수준인 1가마(40kg)35천원으로 작년보다 2만원이나 하락한 반면 사료용 볏짚은 제때에 수거를 하지 못해 1(볏짚 350kg, 35마리 1일 사료량)당 가격이 65천원으로 올 여름보다 26천원이나 올라 축산 농가들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농업이란? 기후에 민감한 산업이다. 온도(최저온도), 일사량, 서리, 강우, 바람 등이 매우 중요하므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육성과 재배기술의 개발이 절실하다. 일례로 영암, 완도의 무화과가 경기도에서 보성, 하동의 녹차가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것을 보면 농작물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주산지역 농업인의 위협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역별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작목의 발굴이나 명품 농특산물의 육성이 매우 시급하다.

필자는 시골에서 초고등학교를 다닐 때 십리(4km) 길을 꼬박 걸어 다니면서 농사를 직접보고, 돕고, 보릿고개를 몸소 체험하였다. 당시에는 벼, 보리 위주에 가축 한두 마리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농작업은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였다. 현재 지역의 귀중한 자원인 모시는 주식(主食)과 관계가 멀어서 직접 재배하지 않고 마을의 공터에서 자란 것을 이용하였다. 추석이 다가오면 연한 모싯잎은 따서 송편을 만들거나 성숙한 모싯대는 껍질을 벗기고 건조하여 삼베의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전부였다. 그러던 모시가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품종개량(옥당동부 포함)과 재배기술을 거쳐 영광의 대표 특산품인 모싯잎 송편으로 탄생하여 지역의 우수브랜드 육성을 위한 지리적표시제 1차 심의를 통과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기존의 영광고추, 고춧가루, 찰쌀보리쌀, 한우 등과 함께 앞으로 영광의 명품 농특산물로 발전 가능성이 크게 기대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가 고향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하였는지 되돌아보면 잔상(殘像) 많다.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근무 15년과 중국 1, 그리고 농업연구직에서 터득한 버섯, 오이, 호박의 연구결과 이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광이’, ‘용아라는 흑목이버섯을 직접 육성하였고 오이재배 기술에 노하우도 있지만 이를 고향에 접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관련하여 2015년도 전남 주요 농산물 수익성 분석에 따르면 10a당 촉성오이 소득이 1730만원으로 최고의 소득작물이고 느타리버섯은 1180만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영광은 미맥(米麥)위주의 농사라서 타 지역에 비해 시설하우스가 적고 난방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시설오이와 버섯류 육성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에 은퇴자를 중심으로 버섯재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고향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도 같다.

다행히 고향에는 군수를 중심으로 농축산업계의 핵심간부인 농정과장, 농업기술센터소장, 농협군지부장, 농협장, 축협장, 산림조합장 등 기관단체장들이 필자와 같이 농업을 전공하고 동일분야에서 다년간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데서 마음의 위로가 된다. 영광은 예부터 3(, 소금, )의 고향으로 굴비의 명성은 세계적이다. 농업의 실패위에 성공한 나라가 없듯이 위기의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농수산업과 관광을 연계한 도농(都農)간의 교류확산의 지속되어야 하며 튼튼한 농업 기반의 육성과 높은 관심, 농산업 관련 기업과 기관단체, 그리고 공직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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