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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학의 농식품 이야기 40
어묵회사 사장님과의 대화
2016년 11월 28일 (월) 10:50:33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도심의 낙엽이 떨어지는 인도를 차지한 포장마차에선 진한 국물 맛이 지나가는 행인의 코끝을 자극합니다. 익숙한 겨울풍경의 어묵꼬치가 차디찬 발걸음을 머물게 하고 크게 한입 베어 먹게 합니다.

재래시장에는 이 오뎅으로 표현되는 어묵이 사람들의 눈길을 비켜가게 하지 않습니다. 어묵은 오랫동안 서민과 함께한 대표적인 간식이고 반찬으로 우리에게 뗄 수 없는 친근한 식품입니다.

특히 재래시장에서 직접 바로 만들어 튀겨내는 어묵가게 사장님의 빠른 손동작이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게 하며 얇지만 무거운 지갑을 열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의 바다로 풍부한 어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 풍부한 어장에서 건저올린 어획고는 경제의 한 버팀목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떠받드는 한 축이었습니다.

특히 이런 높은 어획고는 바다의 생선을 활용하여 가공하는 공장의 손길을 바쁘게 하고 고용을 엮어내는 효자로 자리매김 하며, 맛있는 어묵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동력이었습니다.

특히 어묵을 만드는 고기의 종류는 등 푸른 생선이 아닌 가자미나 갈치, 명태등 주로 흰 살을 갖고 있는 어종으로서 한반도 남부지역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어종입니다.

풍어가 되면 이 가공용 생선은 냉동시설에 보관되어 전국각지에 산재해 있는 어묵공장으로 팔려가고 주로 겨울에 많이 판매되는 어묵공장은 추운계절이면 분주한 손놀림으로 24시간 풀가동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어묵가공용 고기가 잘 잡히지 않고 해외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그 수입량도 어마어마하지만 량 확보가 비상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 어묵회사 사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어묵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어묵도 많이 진화가 되어 야채를 곁들인 어묵이 나오고, 어묵에 빵가루를 입혀 가스 형태로 출시를 하는데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묵의 주원료인 생선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원가 또한 높아져 어묵의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하소연 이었습니다.

어묵용 생선을 수입하기 위해 동남아는 물론 멀리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알라스카, 남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어묵용 생선 확보를 위해 뛰어 다닌다고 합니다.

어묵공장을 운영 하는 것보다 이 원물확보가 더 힘들다고 하는 어묵회사 사장님의 고뇌가 요즘 식품업체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은 동병상련입니다.

겨울이 오면 맛깔스런 국물과 따스한 어묵꼬지가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추위를 달래주는 먹거리로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주고 있지만 어묵회사는 남다른 고민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 하는 어려움을 사장님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계각지에서 어묵을 만들기 위해 국적도 다양하고 어종도 다양한 흰살 계통의 생선이 우리의 맛을 보태주며 따스한 국물로 겨울을 녹여주지만 어묵공장은 오늘도 원물확보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전화통을 붙들고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서 바로 목격 하는 듯해서 왠지 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바다에서 우리어부들이 건져 올려 바다가 가까운 인근공장에서 만들어내던 어묵은 이제 우리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 이름도 낯설지 않은 남양군도에서, 파키스탄과 인도의 앞바다에서, 베링 해에서, 아프리카 남단의 바다에서, 그리고 멀리 남아메리카 바다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어묵용 생선을 고르고 연육 가공하여 들어와 한국인의 입을 맞추어 낼 수밖에 없습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보고가 되어 경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 곁에 바라만보고 있는 바다는 그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는 그 역할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면서 어묵을 생각하고 어묵회사를 평생 경영하며 맛있는 어묵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대양을 누비며 좋은 생선 확보에 여념이 없는 사장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나누게 됩니다.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에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뜨거운 어묵국물과 먹는 어묵의 맛은 일품 중 일품입니다. 어른들부터 아이들 할 것 없이 어묵으로 겨울의 찬 기운을 녹이고 깊어가는 겨울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민의 그림을 그대로 보여주는 포근함이 있습니다.

포장마차 주인이 분주하게 어묵을 삶아내는 겨울풍속이 겨울이야기를 만들고 마음을 훈훈하게 하지만 지금의 어묵세상은 너무도 달라져 있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바다가 점점 깨끗하게 고갈되어 가는 순간 어묵도 생소하고 낮 설은 바다의 생선으로 만들어 길거리의 포장마차와 재래시장에서 마주치고 우린 그걸 주어진 대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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