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외출을 할 때마다 한번쯤은 되돌아와서 잠근 문을 따고 방안을 이리 저리 허둥대던 적은 없었을까요. 무엇을 찾느라 그랬을까요. 이런 경험을 가진 분들 중의 대다수가 휴대폰 때문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이제 휴대폰은 우리의 손에서 떠나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집 식구 수와 휴대폰 수가 같은 집도 많아 지금은 가족 수를 묻는 대신 휴대폰 수를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국내의 휴대폰 업체는 앞다투어 시장을 공략하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휴대폰은 값이 비싸고 싸고가 아니고 필요하냐 않느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응당 어느 시기에 오면 자연스레 사줘야되고 사주지 않으면 가정불화(?)까지도 생겨나는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휴대폰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의문 아닌 의문도 쉬이 던질 수 있는 오늘날의 상황입니다. 밥상 앞에서도 부담 없이 주고받고 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걸고, 걸려가고 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방관하고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화에 대한 예의나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져버린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합니다.

밖에만 나가면 길을 걸으면서도 무엇인가를 주고받고 버스에만 오르면 앉자마자 휴대폰을 눌러대는 사람들, 무슨 급한 일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한번 관심을 갖고 들어보면 알 것입니다.

가만가만 속삭이는 사람은 없고 버스 저 뒷켠에서도 앞자리까지 들려오는 크기의 음성으로 지껄여댑니다. 버스에 조용히 앉아서 갈 수가 없을 정도의 심각한 공해요. 신경 쓰이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공연장에서도 끄지 않아 계속 울려오는 벨소리, 미안한 감도 없이 또 큰 소리를 주고받은 통화에도 누가 시시비비 할 사람도 없으며 오히려 당연한 처사로 넘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비단 휴대폰의 예의 질서뿐만이 아니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는 요즈음의 휴대폰 예절의 현장입니다. 그 현장에서 누가 정의롭게 나설 자도 없지만 나설 수도 없는 우리의 공중예절에 대한 현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편리한 휴대폰, 이제는 없으면 살아가기가 불편한 생활이 되었는데 불편하게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더욱더 좋고 아름답고 편리한 정보기기가 되는데도 일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사용하되 서로서로 공중예절을 지키면서 문명의 편리함을 이용하면 이제라도 얼마나 좋을까요? 집안에서부터 조금씩 지도하고 관심을 베풀어서 잡아나가면 그래도 집 밖에 나가면 조금 더 신경을 쓰지 않을까요. 나부터 실천하면서 내 가족들에게도 밥상머리에서 지도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외출하다가 다시 돌아와 잠근 문을 따고 챙겨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리를 굳혀버린 휴대폰, 그렇게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이 편리한 기기를 사용하면서 예의와 공중도덕을 지켜가면서 사용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몇 해 전에 일어났던 휴대폰을 이용한 수능부정사건도 아이들 탓으로만 돌리기 전에 우리 어른들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입니다. 휴대폰 그 자체가 생활이 되다보니 예의를 벗어나 이번엔 이렇게 엄청난 큰일에 휴대폰을 사용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시험 볼 때 굳이 휴대폰이 필요할까, 오히려 시험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본인한테도 분위기가 헤이되니 생각 좀 해보자는 말과 동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졌더라면 일파만파로 퍼지는 이런 사건이 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고 수능철이 되니 다시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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