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신문 지령 1천호를 축하하며 - 천일의 소망

박 혜 숙

()이란 단어는 수를 세는 숫자이기도 하지만많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중세 페르시아에서 전해 내려 온 전설적인 이야기인 아라비안나이트(영어: Arabian Nights)란 책이름을 천일야화(千一夜話)라고 부른다.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천일이라는 표현하여 쓴 것일 것이다. 중동의 구전문학들을 정리한 책인 아라비안나이트는 280여 편이나 되는 긴 이야기이다. 천일이라는 것이 정해진 시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천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이 또 있다. 무언가를 염원하고 기도하는 곳에도 백일이나 천일이라는 특정날짜를 정해서 기도를 한다. 꿈이 이루어지는 천일기도라는 제목으로 기도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문구를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나를 이루고 있는 세포가 천일의 시간이면 새롭게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천일기도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이 된다. 천일의 시간이면 나도 변화되며 꿈이 이루어진다는 뜻일까? 중국 고서현중기(玄中記)에 따르면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구미호가 등장 한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옛이야기에 구미호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천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전재가 있다. 천이란 단어는 그만큼 의미가 깊다.

몇 해 전 유명해진 시가 있다.‘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작자 미상의 시가 그것이다. 어 사우전드 윈즈(A Thousand Winds)’란 제목으로 일본의 유명 작곡가 아라이 만이 곡을 썼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 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라는 가사이다. 지난 2002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테러 1주기 추도식에서 아버지를 잃은 11살 소녀가 낭독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천개의 바람이 되어2009년 고()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헌정해 불렀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도 헌정했다.

테너 임형주가 부른 이 곡의 한국어 버전은 원작자인 아라이 만이 저작권 문제로 한국어 버전을 허락하지 않아 영어 가사로만 불렸다. 임형주는 2013년 아라이 만 측과 이 곡의 저작권을 보유한 후지퍼시픽 한국지사에 적극적으로 요청을 했고, 아라이 만 측이 4년 만에 한국어 버전을 허락해 재발매가 가능해 졌다.

천일이 길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우주 안에서의 시간이라는 건 하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상투적으로 쓰던 다사다난하다는 말로는 표현조차 어려운 일연에 사건과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희망을 노래하고 싶고 소망을 이루고 싶다. 천 번의 긴 여정을 이루어 낸 모든 것에는 희망이 함께 하리라 생각 한다. 천개의 날개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천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의 소망이 날개 짓을 하며 하늘 저편에 가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늘을 휘돌던 바람은 다시 처음 시작된 곳을 바라보게 할 것이다. 새해, 새 하늘 첫날, 첫 마음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다시 우리 안으로 되돌아오는 새로운 모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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