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나라 평공(平公)이 여러 신하들과 술을 마시다가, “임금이 되어 좋은 점은 그저 무슨 말을 해도 거역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라고 하자 옆에 있던 장님 악사 사광(師曠)이 거문고를 들어 왕을 치려했다. 왕으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귀에 거슬리는 말은 더욱더 그렇다. 그 말이 옳건 그르건 간에 자기 기분에 거슬리면 우선 화부터 내기 때문에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 말싸움도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듣더라도 자기에게 좋은 말만 골라서 듣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어른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관심 있게 들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뻔한 같은 말을 반복한다며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여기는 경우가 많으나 어르신들은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노인자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노인 자살률의 경우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전체 자살률 중 노인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35%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노인자살이 이렇게 심각한 수준이지만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예산은 연간 10억원에 머물고 있다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살예방에 대한 다양한 정부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현실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OECD국가에서 12년 연속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30%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할 정도로 우울증 환자의 자살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심지어 우울증에 걸린 것을 자살을 시도한 다음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노인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이 청년층 자살률에 비해 높은 것은 관리해 줄 누군가가 없어 방치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삼가야 할 말들이 있다. 기운 없어 보인다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말이다. 스스로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우울증이 온 것인데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재촉한다고 느끼게 되면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힘내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생각의 휴식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이해해줘야 한다. 또 다른 말은 땀 흘리며 운동 할 것을 권유하는 말이다. 땀을 흘리는 격한 운동은 운동량과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산보 정도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말은 기분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는 말이다. 자동차나 열차 등으로 오랫동안 이동하는 것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괴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좋은가? 많은 전문가들은 노인과 친구가 되어 주라고 한다. 일반인들은 우울증 환자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무엇이든 간에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한 대화거리가 없어도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다음으로 우울증 환자의 말을 들어주라. 특별한 대화법이 필요하지 않다. 우울증은 말만 들어 주어도 80%의 치료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말 끝에 단순하게 그 말이 맞다’, ‘어머 그랬구나!’ 정도의 말 한마디만 거들어만 주어도 충분하다. 가끔 할 말이 없어 억지로 말을 만들 때가 있는데 오리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그럴 땐 그냥 딱히 할 말이 없네요정도만 건네도 좋다.

노년의 우울증은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반이 성공했다고 할 정도로 가족과 주위분들의 관심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간과 끈기를 가지고 어르신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습관을 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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