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

박 혜 숙

새해가 밝았다. 한해를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숫자로 표기하기도 하고 정유년(丁酉年)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붙인다. 하늘의 에너지이라는 천간(天干)10와 땅의 에너지인 지지(地支)12()가 만든 60갑자(甲子)로 만들어지는 이름이다.

지난해는 병신년(丙申年)이었다. 이 이름은 한문이지만 한글로 불려 질 때, 누군가를 비하할 때 사용할 수도 있을 만큼 어감이 좋지 않다. 그래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겠지만 작년만큼 다사다난 했던 해가 또 있을까싶다. 국내로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의 시행, 문 닫은 개성공단과 사드배치, 남의 나라의 일로만 여겨졌던 경주인근의 지진과 여진의 공포, 조선업의 불황, 촛불민심과 대통령 탄핵 등이 있었다. 국외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대통령 선거 등 다난(多難)했던 기억이 많다. 몇 줄 적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사건하나 하나에 그 파장 또한 커 보이는 일들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60갑자(甲子)중 정유(丁酉)34번째 정()은 불의 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에 붉은 색을 말하고 유()는 닭을 뜻해서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은 음(-)'()'이고, ()는 음(-)'()'을 상징(象徵)하며 정화(丁火)는 닭과 같은 빛으로 촛불 모닥불을 의미(意味)하며 어둠에서 빛을 밝혀준다는 뜻이고, 유금(酉金)은 가을을 말하고 서쪽 방향을 말한다고 한다.

냉정하고 타산적이고 실리주의를 추구하며 꾀가 많은 것을 의미하는 닭은 캄캄한 어둠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상서(祥瑞)롭고 신통력을 지닌 새이다. 어둠을 가르는 길고 청명(淸明)한 울음소리로 새벽을 알리고 빛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다. 또한 닭은 다가올 미래를 알려 주는 예지능력(豫知能力)이 있다고도 믿었다.‘붉은 닭은 행운을 부르고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음기를 쫓고 양기를 불러오며 액운(厄運)을 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도 트기 전 어둠을 깨고 울리는꼬끼오소리를 한번 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렇게 좋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난 닭이 싫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 집을 갈 때면 마당에 늘 닭이 있었다. 모이를 쪼아 먹으면서 서너 마리가 돌아다녔는데 특히 수탉은 무섭기 까지 했다. 사뿐사뿐 다니면서 날카로운 부리로 땅을 파며 위엄 있게 다니던 수탉은 자기에 영역인 마당에 침입자로 나를 공격할 것만 같았다. 닭이 날지 못한다 해도 날개가 있어서 알을 낳는 둥지를 가거나 맞서 싸우거나 급할 때는 날개 짓도 재법하는 것을 보았다. 어릴 적 그 기억이 생생해서인지 아니 실지로 닭 부리에 쫓겨 도망도 몇 번 다녔으리라. 정유년을 맞이하며 닭에 대한 기억을 떠오려 보았다. 이제는 한가로이 마당을 휘저으며 다니는 닭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닭에 대해 좋은 관점으로 관찰하고 해석하여 이름 붙인 글이 있다. 다섯 가지 덕으로 상징되어계유오덕(鷄有五德)’ 5가지 덕이 있다고 표현 했다. ()의 덕은 닭의 볏이 벼슬을 상징하는 관()을 쓴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글()을 배워서 벼슬을 하는 것을 말하며 다음으로는 무()의 덕()인데 닭은 발 뒤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이 있어서 무기가 된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굳세게 자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적과 잘 싸우는 날렵함과 민첩함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용()의 덕이라 했다. 수탉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벼슬이 피투성이 되어도 물러서는 법이 없다. 그리고 인()의 덕()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먹을 것을 발견하고 얻으면 서로 상대에게 "꼬꼭꼭" 하면서 가르쳐 주고 함께 나누어 먹는 습관과 공생(共生)하려는 행동을 하고 해가 뜰 때를 알려주니 시계가 없었을 때()엔 언제나 일정하게 새벽녘 닭의 울음소리로 시보(時報)역할을 했기 때문에, 믿음이 있어서 신()이 있다고 표현 했다. 어쩌면 이토록 멋진 표현인지 수탉이 다가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으니 용맹은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이처럼 모든 건 양면이 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여파로 새날, 새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시간이 필요 할 수도 있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 붉다는 건 밝음도 의미 한다고 한다. 그 밝음으로 많은 분들이 올 한해에도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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