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기묘한 행동(2)

영광 백수 출신/ 광주교육대 교수/ 철학박사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본(Bonn) 대학의 법학부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법학보다는 철학과 역사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때 그의 어머니는 멀리 떨어져있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세세한 당부의 편지를 보낸다.

사랑하는 아들아. 청소를 사소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건강과 쾌적함은 바로 그것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네 방 청소하는 것을 잊지 말고 잘 지켜라. 그리고 매주 수세미와 비누로 문질러 닦도록 해라.”

사실 그녀가 이러한 편지를 쓴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마르크스의 생활 자체가 정리 정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그리 모범적인 학생이 아니었다. 싸우다가 다치는가 하면 고성방가 및 음주로 학생감옥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금지된 무기를 갖고 다닌다 하여 고소당하기도 하였으며, 흥청망청한 돈 씀씀이로 빚을 지기까지 했다. 그는 베를린 대학에서 두 학기 동안 학업을 계속하였지만, 여기에서의 생활 역시 아버지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버지로부터 모호한 야심을 품고 학자 차림으로 망나니짓을 하는 놈, 예의라고는 털끝만큼도 모르는 제멋대로 된 녀석이라는 욕을 먹게 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스물세 살에 한 시간도 출석한 적이 없는 예나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학교의 딱딱한 분위기와 낡은 도덕을 비웃으며, 반항기질을 보이곤 했다. 언젠가 한번은 그가 학생들을 감독하고 그 보고서를 내도록 되어 있었는데, 다소 장난기가 섞인 익살스러운 내용으로 기록하였다. 그 결과 엄격한 선생님들은 토요일에 그를 종교재판에 회부하였고, 벌칙으로 세 시간 동안의 감금과 몇 차례의 외출 금지를 선고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본(Bonn)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입학 직후부터 대학생 사교클럽에 들어가 회원들과 함께 극장을 들어 다니는가 하면 담배와 술, 그리고 여자에 탐닉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헌 책방에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사서는, 새벽 6시부터 다음날 밤 2시까지 꼬박 2주일에 걸쳐 읽어낸다. 그리고는 쇼펜하우어는 꼭 나를 위해 이 책을 써놓은 것 같다.”고 중얼거린다. 이것은 그가 철학과 관계를 맺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데, 그 후 니체는 20세기 허무주의가 도래할 것을 일찍이 예언한 실존철학(인간의 개인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철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야스퍼스의 가정교육에서 부모가 강조한 것은 성실과 근면, 이유 있는 믿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단할 것, 그리고 맹목적인 복종은 악이다라는 것 등이었다. 강제적인 명령이나 매질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엇보다 기독교적인 것을 철저하게 무시하도록 가르쳤다. 부모는 기도를 가르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로, 야스퍼스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운 성서와 신앙문답서, 교회사의 내용은 그의 뇌리에 남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 야스퍼스는 감기 때문에 체육시간에 윗옷을 벗지 않은 적이 있었다. 이 일로 인하여 교장까지 개입하는 등 사건이 크게 번지자, 결국 그는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권위에 대한 반항심이 평생 동안 하나의 흔적으로 남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데, 예를 들어 그는 너무나 자주󰡐혼자 있는 듯한󰡑느낌을 가졌고, 극히 적은 수의 사람들하고만 교제를 가졌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와도 자주 절교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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