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장

구제역과 AI(조류 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의 방역 실패로 닭과 오리가 3300만 마리 이상 살처분된 것으로도 모자라 경기도 연천군, 충청북도 보은군, 우리 이웃인 전북 정읍시에서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축산물·낙농제품의 소비 위축으로 인한 2·3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렇게 겨울만 되면 온 나라를 어지럽히는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속 시원히 밝혀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애꿎은 철새가 그 진원지로 지목되어 모든 철새탐조활동이 중단되는가 하면, 구제역 사태에서는 축산농가에 확산 책임을 전가하여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 하는데 모든 정신이 팔려있는 듯하다. 그러나 작년 농식품부가 발표한 항체 형성율은 소 95.6%, 돼지 69.7%였으나, 실제 농가 조사 결과 보은군 젖소 농가는 19%, 정읍시 농가는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정부의 구제역 대책이 얼마나 허술하고 탁상머리 행정에 길들여져 있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항체 형성율이 100%에 가깝게 확인된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형국이다. 바라기는 구제역이 돼지에게까지 번지지 않기를 기도할 밖에…….

그렇다면 과연 구제역이나 AI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확실한 규명이 안 되어 속단할 수는 없지만 좁은 공간에서 대량 사육하는 공장식 사육이 그 근본원인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기에 전염병만 발생하면 무조건 살처분과 매몰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사육환경이 문제라는 것에 일정정도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축산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본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3회에 거쳐 본지에 기고했던 기사내용 중 친환경농업의 3대 핵심요소로 거론했던 햇빛’,‘습도’,‘양분이란 화두에 동의한다면 축산분야에도 이 핵심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현재와 같은 공장식 무창시설에 항생제와 소독방제로만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인간의 지극한 오만과 무지에서 비롯됨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질병발생을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남용되는 항생제와 소독약, 석회 등 무분별한 약제사용은 생태계의 파괴를 부를 것이 뻔하다. 이런 것에 대한 연구나 대책 없이 대량 사용하여 발생될 수 있는 유전자변이 등 환경파괴로 불러올 문제는 생각하기 조차 싫은 대재앙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다면 어떤 축산정책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필요한 것인가? 구제역이나 AI의 근본적인 해결은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전통농업의 작부체계를 활용한 소규모 가축사육방법과, 지역단위의 자생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전업생산 가축사육에, 자연친화적인 시설과 적정규모의 지역농부산물을 활용한 사료 정책을 갖추는 것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가축산업에 가장 큰 문제이며 늘 불안감이 상존해 있는 외국곡물 즉 GMO곡물로 만든 가축사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자구노력이 동반될 때에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도출될 것으로 생각한다.

혹자는 자연친화적인 동물복지 즉 윤리축산 정책이나 국내산 자급 가축사료 만들기 정책 등은 국내산 곡물가격이 비싸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축산과 농업계에 투자하고 있는 각종 정책자금과 전염병으로 발생하고 있는 피해액, 복구비용, 질병퇴치 비용 등을 생각한다면 그 원인을 해소해서 질병을 없앨 수 있는 탈출구라 여겨지는 지연친화적인 사육농장과 국내산 가축사료 정책이 결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축산부분에서 앞서가고 있는 선도축산농가에서는 이미 정부지원에 상관없이 100% 국내산 천연자급사료를 직접 제조해서 사료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근자에 들어 쌀 재고가 농업의 최고 난제로 떠오르는 이즈음에 가축사료로 재고미를 활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봐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연친화적 사육시설의 개선이나 국내산 사료문제의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 몇 개가 있다. 그것은 현재의 축산물 등급제가 전통적인 방목형태의 자연친화적 유기축산의 시설에서 곡물을 활용한 사료를 먹여 키운 축산물과는 전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축산물 등급제는 공장식 사육의 마블링 중심으로 만들어진 등급제로 산란계의 경우도 세척달걀만 1등급 품질기준의 달걀로 판정하는 것이다. 결국 축산물 품질기준의 개선 없이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영광은 이런 대안축산 정책이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함을 주문한다. 현재의 공장식 축사를 친환경적 축사로 개조하는 데 지원금을 확보하고 적정규모의 사육두수를 기를 수 있도록 제도를 제개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축협을 통해 청보리와 볏짚부산물을 활용한 조사료공장도 재고미를 활용해서 질적으로 변별력있는 가축용 사료를 제조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영광의 축산정책이 대한민국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을 확신한다. 늘 위기는 기회와 함께한다.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모면만 하려는 수구적인 자세를 벗어나 보다 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영광군이 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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