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기묘한 행동(4)-플로티노스와 라이프니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보통 사람들과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철학자들은 나름대로의 세계에 푹 빠져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생각의 세계가 상식을 뛰어넘는 비범한 경우도 있으나, 상식에 어긋나는 엉뚱한 경우도 있었던 것이니.

플로티노스(204/205-269/270. 희랍의 철학자. 신 플라톤 학파의 시조)는 자신이 육체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몹시 부끄럽게 여겼다. 그가 육체의 실재(實在)를 혐오했다는 몇 가지 예가 있다. 먼저 그는 자신의 출생, 부모, 고향에 대해 한 번도 말해 본 적이 없고, 영혼이 육체에 들어온 날인 출생일조차도 비밀로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게는 심히 유감스러운 사건’, 즉 생일을 축하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초상화를 절대 그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제자들은 당시의 가장 유명한 화가를 그의 강의실에 몰래 들여보내 스승의 모습을 기억시킨 다음, 다른 장소에서 초상화를 그리게 하였을 정도이다.

플로티노스는 자신의 육체를 극도로 멸시하였다. 병에 걸려도 약 먹기를 거부하였고, 많은 고통을 안겨주는 위경련이 일어났을 때도 그 처방인 위세척을 거절하였다. 음식의 양을 지나치게 줄였고, 준비해둔 빵 한 조각을 먹는 것조차 자주 잊어버렸다. 불면증까지 얻게 된 플로티노스는 그 당연한 결과로, 앓아누운 채 야위어갔다. 나이가 들어서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며, 손발이 곪아터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제자들과 서로 얼싸안고 인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제자들과 교제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리하여 결국 그의 추종자들마저 점점 그를 멀리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플로티노스가 육체를 학대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에 의하면, 물질은 정신이나 영혼에 비해 형이하학적인 것으로서 모든 악의 근원이다. 그리고 일종의 물질에 불과한 육체 역시 영혼에 비해 한없이 낮고 비천한 것,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육체를 위해 먹고 마시는 일, 육체가 생긴 날을 기념하는 일, 육체를 그려 보관하는 일 등은 그에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스스로는 책을 매우 좋아했으면서도 남에게 책 빌려주기를 싫어했던 철학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라이프니츠(1646~1716, 독일의 계몽주의 철학자)였다. 그는 도덕철학 교수인 아버지와 법철학 교수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숙한 라이프니츠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많은 책들을 읽으며 독학했는데,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언젠가 라이프니츠는 하노버에서 궁정 도서관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정말이지 이상한 도서관장이었다. , 어떤 사람이 책을 빌려가려고 하면 몹시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앉아있는지 알 수 없는 일.

이런 라이프니츠는 만년 무렵, 며칠씩 의자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리하여 오른쪽 다리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 걷기조차 불편하였다. 그는 혼자 치료하려고 애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 심한 통증이 일어났다. 조금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나무로 된 나선형(우렁이 껍데기나 나사 모양으로 빙빙 틀리어 돌아간 형상. 나사꼴)기구를 만들어 통증 부위마다 장치해놓고 나사를 죄었다. 그러나 도리어 이 때문에 신경이 다쳐 마침내 다리를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리하여 항상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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