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시한폭탄

알도 낳고 진국인 국물도 낼 수 있는 튼튼한 닭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골을 푹 고아 진한 국물을 우려내고 그 진하고 뽀얀 국물을 보약처럼 먹던 소고기의 설렁탕 맛은 다 어디로 갔을까? 냉난방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첨단 가축사육시설에서 멍청한 육류 생산 기계들이 백신이나 항생제, 배합사료로 실찌워 지고 있는게 지금의 축산농법입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는 백신, 항생제, 배합사료 없이도 잘만 살았던 똑똑한 가축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추세입니다.

유엔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세계 곳곳에 남아있는 가축의 6,500여 품종중 무려 1,350여종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고 합니다. 기후 적응력과 질병 저항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던 수백 년의 종자 개량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동물들이 매주 하나둘 사라지는 추세이고 이건 종의 다변화에서 획일화의 재앙을 인간 스스로가 자초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게 무얼 의미 할까요! 가축병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토종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불과 몇 종의 단일화된 품종으로 단순화 되었다는 겁니다. 한국인이 유독 즐기고 한국의 입맛인 삼겹살로 대변되는 돼지의 경우 불과 4종에 불과하며 젖소의 경우 홀스타인등 80% 가 단일화 되었습니다.

고산출 저투입의 육류 생산 기계는 가축의 환경은 무시 한 채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고기를 생산 하는 생산성 증대의 목적만 가지고 있고, 동물학대의 면모만 가지고 있는 게 현재 축산의 본 모습입니다.

유전성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결국 축산환경의 재앙으로 매년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고 이러한 현실은 원론은 무시하고 각론으로만 땜질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으로 올해도 무수한 닭과 오리가 매몰처분 되었고 매년 연례행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구제역 역시 반복되는 행사이고 구제역 백신 주사로 가축에 항체가 형성 되었네 안되었네 하는 공방만 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밀집씩 사육환경인 공장식 시설을 모른 척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에 불과 합니다.

구제역의 잔혹한 살 처분을 뉴스로 보면서 도대체 가축에 무슨 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간이 고기를 마음껏 먹기 위해 동물이 애초에 먹던 환경을 인간이 잔혹하게 빼앗아 버리고 항생제에 범벅이 된 옥수수위주의 배합사료를 꾸역꾸역 먹게 하고 좁은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근육은 메말라가고 살만 디룩디룩 찌웁니다.

세계의 육류무역은 구제역을 맹렬하게 재순환 시켰습니다. 전 세계의 가축의 수는 1960년대 이후 맹렬하게 늘어나고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과거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일소로 국한되던 모습은 이제 박물관에 묻어두고 모두가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육류 생산 시설에서 먹거리의 운명이 되어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돼지의 사육밀도와 육우의 사육밀도를 .... 그리고 닭의 케이지 사육밀도를! 어떻게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저항성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지요! 사람도 감기에 걸린 사람이 다중시설에 여럿이 있으면 금방 전염이 되고 감기환자가 급증을 합니다. 메리스 사태에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은 그래도 많이 움직이고 격리를 하면서 이겨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밀집해 있는 가축은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고스란히 안고 있고 전염병에서 바람이 불면 전국토가 가축의 거대한 무덤이 됩니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은 열병과도 같습니다.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동물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해 주고 면역성을 키울 수 있는 운동량을 실현해 주어야 함에도 단 시간 내에 살을 찌우게 하는 축산경영 때문에 언감생심입니다.

그리고 무리한 살 처분은 병이든 가축이든 병들지 않은 가축이든 도매 급으로 몽땅 다 죽어야 합니다. 이걸 보면서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학살이 생각나는 것은 무리일까요?

나찌도 유태인 학살은 처음엔 병들고 나약한 사람부터 먼저 학살을 했고 점점 광기를 부려 모든 유태인을 박멸해야 한다고 선동 했다고 합니다.

살릴 수 있는 가축은 없었는지! 그리고 몽땅 살 처분 하는 게 경제성에 맞는지 숙고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야만적이고 가혹한 가축 전염병 구제책은 인간과 농촌에 깊은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기로 식탁을 지배하는 현재의 먹거리 정책을 재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과거 육식을 많이 하지 않던 시절에 이런 가축 전염병으로 온 나라가 떠들 썩 한 적이 있는지! 토종닭과 토종돼지가 과연 저항력 없이 무너진 적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인류의 농업과학화는 성공 했는지 실패했는지 곱씹어 보게 하는 가축 살처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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