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기묘한 행동(6)-키르케고르

철학자와 사랑이라는 제목의 본지 제 151편에는 키르케고르(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가 어린 소녀와의 약혼을 파혼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아왔음이 소개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그밖에 키르케고르의 재미있는 행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키르케고르는 적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불려나가기는커녕 제대로 보존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물려받은 집에 머물며 저녁이면 언제나 시내 중심가를 산책하곤 하였는데, 이때 골목의 장난꾸러기들이 뒤를 따라다니면서 이상한 옷차림을 한 그를 웃음거리로 삼았다고 한다. 키르케고르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책을 썼다. 그러나 <이것이냐 저것이냐> <공포와 전율>등의 책을 내면서도, 본래 이름을 숨기고 가명이나 익명을 사용하였다. 결국 정체가 드러났지만, 그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본명을 감추려고만 하였다.

또 키르케고르는 당시 사람들의 평범한 지성을 공격하였기 때문에 수많은 적대자를 갖게 된다. 그들은 키르케고르를 악의에 가득 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풍자적인 신문에 등장시켰다. 그의 이상한 옷차림과 가는 다리, 기형적인 척추에 맞춘 짝짝이 바짓가랑이 등이 그려지는가 하면, 그가 애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모습도 등장하였다. 처음에 그는 이에 맞서 분연히 싸웠으나, 대중들은 그를 백안시하였다. 이일로 인해 키르케고르는 몹시 상처를 받았다. 그는 한편으로 조롱받는 일이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기꺼이 조롱받는 순교자가 되기로 맘먹었던 것이다.

그는 평생토록 가면을 쓰고 다녔으며, 혹시라도 자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처방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여 세상 사람들의 접근을 피했다. 그 뿐 아니라, 후세에 자기 이름이 남용되어 오해가 생겨날 일에 미리 대비하기도 하였다.

나는 어떤 인간들이 나의 지적인 유산을 상속하게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사람이란 바로 나에게 엄청난 혐오감만을 안겨 주었으면서, 이 세상의 값진 것들을 모두 물려받은 대학의 강사나 교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만약 어떤 교수가 이 글을 읽는다 하더라도 결코 그의 양심이 발동할 리도 없으려니와, 오히려 그는 이상과 같은 내 글의 내용까지도 강의의 소재로 삼을 것이다.”

키르케고르는 전통적인 국가교회와 신앙논쟁을 벌여 그에 반박하는 항의문을 신문에 기고하였다. 이로 인하여 생긴 격렬한 논쟁은 반년이 넘게 계속되었다. 그는 <순간>이라는 소책자를 내며 끝까지 싸우다가, 모든 재산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말았다. 그리고 18551020, <순간> 10호를 준비하다가 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 후에 세상 사람들의 오해와 비웃음 속에서 고독한 단독자로서의 짧은 생애를 마쳐야 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겨우 마흔 둘이었다.

키르케고르는 병원에 있는 동안 누이와 매부, 그리고 조카들이 병실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했다. 하지만 불화로 발을 끊고 살았던 목사 형 페테르는 끝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목사이자 친구인 베에젠의 출입은 환영했지만, 그가 베풀려고 했던 예배는 또한 거절하였다. 그는 숨을 거두면서, “폭탄은 터져서 주위에 불을 지른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의 묘비에는 생전에 그가 즐겨 읊었던 시가 새겨져 있었다. “내가 승리를 거둘 날은 머지않았네. 그때 이 세상의 모든 싸움은 영원히 그치리라. 그때 나는 내 주님이 언제나 말씀하고 계시는 곳에서 안식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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