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칼을 이용한 폭력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의 사고체계와 의식을 마비시키는 사상교육 이다. 그 대표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예술활동을 통해 강제적으로, 또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의식의 마비를 유도하는 4S(Song:노래, Screen:영화, 스포츠:Sports, 섹스:Sex)

정책이다. 그것의 중독성은 마약보다 강하다.

일제 강점기 때는 땅을 빼앗고 강제징용을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의 민족혼이 배어 있는 우리의 언어를 없애야만 완전 지배가 가능했기에 창씨개명 등의 온갖

방법을 동원한 우리문화 말살정책을 썼었다.

해방 이후 나라가 분단되자 이승만 정권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반공이라는 국시를 내세워 국민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국민 의식을 오로지 반공 이념으로만 고착화 시켰다.

쿠테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는 반공이란 국시에다 경제개발 논리를 접목해서 온 국민을 노동현장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노래를 부르게 했다.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서라...가난을 물리치자 행복을 찾자. 일하는 즐거움을 어다다 비기랴." 일하는해의 노래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총을 들고 건설하는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예비군...향토예비군의 노래이렇듯 1960년대, 반공과 건설을 주제로 만들어진 관제 노래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권력의 체제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박정희는 그 힘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며 1970년대엔 경제개발의 기치를 내걸고 보다 심화 된 정권 찬미용 노래를 만들어냈다.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임들은 가셨으니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드라도 한결 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라", "파윌장병의 노래""새마을 노래" "반공 표어노래"등을 비롯해 "유신찬가"는 그 절정을 이룬다.

"1-일하시는 대통령 2-이나라의 지도자 3-삼일정신 받들어 4-사랑하는 겨레 위해 5-오일륙 이룩하니 6-육대주에 빛나고 7-칠십년대 번영은 8-팔도강산 뻗혗네 9-구국의 새 역사는 10-시월유신 정신으로"

박정희와 유사한 방법으로 80년 초 찾아온 서울의 봄을 짖밟고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은 1981년 여의도광장에 대형 난장을 트고 전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른바 "국풍 81"이란 잔치를 열었는데 그때 불리워진 노래가 가수 이용이 부른 "서울 서울 서울"이란 노래고 지속적으로 대중가수들을 내세워 정권 찬미용 노래를 부르게 했다. 정수라가 부른 "대한민국"이란 노래도 그 범주에 속한다. 805월의 초록마져 군화발로 짖밟은 전두환 정권은 노래라는 장르만으로는 국민의식을 장악할 수 없었기에 드디어 흑백T.V를 칼라로 바꾸었는데 당시 저녁 9시는 "땡 전 뉴스"였다. 그리고 이 뉴스 시간은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은 유아들이 가장 많이 기다렸다. 테레비 앞에 앉은 아이들은 뚜9시 시보가 울리자마자 앵커보다 먼저 "전두환 대통령은..." 하고 말하면 앵커는 어김없이 "진두환 대통령은..." 하고 따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전두환은 노래와 스크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급기야는 스포츠까지도 동원했다. 야구를 필두로한 많은 운동 종목을 아마추어 경기에서 구단별 프로경기로 전환 했다.

90년대 들어서 독재정권을 민중의 힘으로 종식시킨 이후부터는 드디어 민중가요가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전파되기 시작했는데 노찾사가 부른 "솔아, 푸르른 솔아"를 비롯해 문병란시인이 쓴 시에다 김원중이 곡을 붙인 "직녀에게"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 등이 그 대표적인 곡이다.

90년대 이후 새로운 세기를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는 It산업의 획기적인 발달과 스마트폰 등 소유형 미디어 매체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인해 스크린 유형의 복합적 새로운 문화가 오늘날 우리의 의식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듯 급속히 변해가는 새로운 문화의 형태 속에서 일반대중들은 이제 문화의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동적 주체로 진화 되고 있다. 우리들 미래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떤 형태와 가치로 추구되고 형성될 것인가?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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