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거리로 재탄생한 전북 군산 철길마을은

한국관광 100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동네마을을 연계한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과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처럼 기존의 자원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야기와 기반시설 등을 부여해 지역특화 관광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영광신문은 영광 마을의 관광상품화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타 지역의 마을 관광산업 현황과 육성책을 취재해 우리지역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해방 이후 주인 없는 매립지에서 추억의 거리로 재탄생

데이트 명소 아기자기한 가게 등 눈길, 추억의 불량식품 먹는 재미도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진포 사거리에서 연안 사거리로 이어지는 철길 약 400m 구간을 말한다. 철길 한쪽에는 70년대에 건축한 낡은 2층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다른 한쪽에는 부속 건물인 듯한 작은 창고들이 연결되어 있으며, 일제강점기 시절의 철길과 침목이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지금은 기차 운행이 중단됐지만 2008년까지는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가 하루 두 번 운행됐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이색적인 풍경 때문에 한때 사진가들의 단골 출사 지역으로 명성을 누렸다. 기차 운행 중단 이후로 잠시 먹거리촌으로 북적거렸으나 무허가 음식점, 포장마차들을 모두 정리하고 추억의 거리로 재탄생했다.

철길 변 벽 곳곳에는 화물차의 풍경, 꽃그림 등 옛 생각이 절로 나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데이트 명소답게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의상 대여숍에서는 교련복과 한복, 각설이복 등과 소품을 빌려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폴라로이드 사진촬영을 해 주는 곳도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추억의 불량식품, 쥐포 등 먹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관광지도 아니건만 전북 군산시 경암동의 철길마을은 기찻길을 걸으려는 탐방객들로 붐빈다. 경암동은 해방 이후 주인 없는 매립지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오막살이를 시작했다. 철길이 놓인 것은 1944년 경암동 인근에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가 들어서면서부터. 군산역과 공장을 연결하는 화물열차 선로가 경암동 오막살이 마을을 통과했다. 길이 2.5의 짧은 기찻길은 페이퍼코리아선이라 불렸다. 열차가 멈춘 것은 2008. 열차가 사라지면서 마을 사람들도 오막살이를 떠나기 시작했다. 떠나간 주민들의 집은 남은 주민들이 창고로 활용했다. 철길은 녹슬고 자갈밭에서는 잡풀이 올라왔다. 열차가 사라진 선로 위에 주민들은 화분을 놓고 평상도 깔았다. 봄이면 나물을, 여름이면 고추를 말리고 선로 위로 빨랫줄도 내걸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소박한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탐방객이 늘어났다. 군산시는 예산을 투입해 공중화장실을 만들고 마을 입구에 탐방로 안내문을 걸었다. 하지만 철길마을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 철길마을은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지 호기심으로 탐방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쑥 불쑥 나타나 셔터를 눌러대는 외지인들이 불편하기만 하다. 해가 지고 마을에 가로등이 밝혀졌다. 그늘에서 낮잠을 자던 고양이는 선로 위를 어슬렁거린다. 동네 아주머니는 빨래를 걷고 일터에 나갔던 어른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온다. 불이 켜진 창문 밖으로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화나 드라마 단골 촬영장소로 각광

주민과 관광객 위한 쌈지공원 조성 등

200871일 기차 운행이 중단된 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전북 군산시 경암동 철길마을에는 오래된 집과 건물, 낡은 선로가 남아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과 같은 묘한 풍경에 군산에 여행을 온 사람들은 이곳을 자주 다녀간다.

연휴 끝 무렵 찾은 마을은 제법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길을 지나던 한 주민은 이곳에 하루에 수천 명씩 다녀간다. 지난 주도 연휴라 그런지 만 명 정도 다녀간 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철길 위로 아빠의 손을 꼭 쥔 어린 두 남매가 아슬아슬 중심을 잡으며 걷는 모습이 번잡한 도시 생활 속을 벗어난 여유 있고 소박한 행복을 보여주는 듯했다.

선로에는 ‘20xx, x, xxx 다녀감’ ‘○○과의 첫 여행저마다 왔다간 흔적을 남긴 낙서가 추억으로 새겨졌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작은 가게들과 추억의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점들, 따뜻한 파스텔 톤으로 새로 단장한 벽화 등과 어우러진 철길의 풍경은 연인들과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게 만든다.

기차 운행 당시의 이 철길에는 기차와 함께한 마을 주민들의 삶이 가득했다. 기차가 지나갈 땐 철길 양쪽으로 거주지를 마련했던 마을 사람들은 벽에 바짝 붙어있거나 길에 널어놓았던 고추며 생선 등을 잠깐 집에 들여놓고 강아지도 불러들여 기다렸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이사 가고 몇 가구만 남은 현재 철길마을은 최근 여행코스로 조성돼 벽화나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여행지의 면모가 보이지만 밖에 마을의 옛 정취는 건재하다.

마을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폐쇄된 짧은 철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즐기거나 이색적인 모습을 눈과 사진에 담는 이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사진 애호가들의 출사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철길 마을의 탄생 배경은 이러하다. 이곳에 철길이 생긴 것은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5km 규모로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군산역까지 운반하는 용도였다.

마을이 있는 경암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 바다를 매립해 방직공장이 세워진 곳이다. 해방 후에는 이 지역이 정부에서 관리하는 주인 없는 땅이 됐다. 자연스레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이생겼다. 그리고 마을을 가로질러 약 1.1철길이 통과하는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이 몰려들 때쯤 시에서는 경암동 폐철도 500m 구간을 정비하고 인근에 방치된 자투리 공간에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쌈지공원을 조성했고 추억의 탐방길로 손꼽히고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 살리기, 주민과 상인 손잡아

철길마을 상인회 결성해 마을 발전대책 모색

1950년대 말 철도를 따라 자연스레 조성된 경암동 철길마을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관광객들로 인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015년에는 철길 옆으로 불법적으로 들어선 상점들을 시에서 규제하던 중에 사망사고도 발생했고 주민들과 입점한 상인들, 행정기관과의 불신이 극에 달해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철길마을에 인위적인 경관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관광객의 발길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게 됐다.

이는 자연스레 관광객들이 한 번 찾고 또 재방문할 수 있도록 옛 정취를 간직하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고 최근 그 매개체로 철길마을 상인들과 철길마을 인근 주민 등 약 20명이 경암철길마을상인회(회장 홍지웅)를 결성했다.

상인회는 관 주도가 아닌 상인과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철길마을을 발전시켜보자는 취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상인회 결성 후 가장 먼저 상인과 주민 간 갈등 해결과 화합에 나섰다.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했고 주민들이 요구하던 김장터 등도 앞장 서 마련했다.

아울러 상인회는 관광객들이 철길마을에서 체류할 수 있고 감동을 담아갈 수 있도록 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2015년 건축물 철거 후 남겨진 유휴지를 활용해 관광객 쉼터를 조성하고 철길마을을 스토리텔링화해 전시 마련과 토요 상설공연장 마련, 스토리가 담긴 포토존 구성 등이 그 것.

또한 주민들에게도 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하는 체험공방 운영, 철길마을이 젊어질 수 있도록 군산대 학생들과 함께하는 청년몰 운영 등도 구상 중이다.

그동안 지자체의 지원과 정책만 바라보던 주민들이 이제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희망적이다.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철길마을, 주민들과 상인들이 그 컨셉을 잃고 상업화에 물들어 외면을 받을 지 변화의 주체가 되어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지 기로에 섰다.

경암동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철길마을이 주민 주도의 마을 살리기 대표사례가 되는 것이다.

 

인터뷰

마을 원형 그대로와 상가 조성은 더 많은 관광객 찾을 것

홍지웅/ 경암마을 상인회장

홍지웅 회장은 철길마을 뿐 아니라 군산을 찾는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많아지는 만큼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작은 질서부터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경암동에서는 시민문화운동을 꾸준히 추진하여 관광명소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군산시 경암동 19통에 소재한 철길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 이는 철길마을의 건축물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라는 시간의 한 지점에 멈춘 독특함 때문이다고 덧 붙였다.

또한 철길마을 원형 그대로의 이미지를 남겨 놓은 채 인근에 상가 등이 조성된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이라며선 이 곳 철길마을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안타까워한다고 말했다.

철길마을 개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언제까지 두고 보기만 할 것인지, 해결 방법 등이 필요하다. 실제 1990년대 한국형 카페의 진화와 이색 카페의 등장을 상징하는 곳인 민들레영토역시 1994년 신촌 기차역 근처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을 시작해 이제는 기업형 카페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철길마을 개발도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지웅 회장은 도시의 균형발전과 낙후된 동군산지역 주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해 경암동 철길마을 개발사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서울 신촌의 민들레영토 추진 사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철길마을 개발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암동 철길마을 주민들은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글로벌 명품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역점추진운동으로 3원칙 9실천과제를 자생단체와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과 실천을 통한 배려·감사·긍정·나눔의 선진시민의식 정착을 위해 펼쳐왔다. 경암동에서는 이런 시민문화운동의 일환인 법질서 지키기를 실천 및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무분별하고 늘고 있는 철길마을의 길가게(노점) 현황파악 및 계도활동, 불법쓰레기 수거를 추진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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