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대선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어지는 대통령의 파격 국정 운영과 행동이 연일 화재다. 송곳 같은 잘못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켰던 언론들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파고 파도 미덕만 나온다는 파파미를 외친다.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이다.

청와대 인사가 이뤄지고 내각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지역에선 이낙연 지사가 총리로 내정되어 축제 분위기다. 물론 아직 인사청문회라는 검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과오 없이 살아온 정직한 인물이니 무난히 통과하리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이번 인사에서 드러났다. 깔끔하다. 편들기 보다는 비평을 좋아하는 내 성격이지만 아직은 흠 잡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판단하려면 측근을 보라고 했다. 술을 좋아하면 주당이 모이고 차를 좋아하면 다인이 모인다. 항시 배려하는 사람 주위엔 또한 그런 사람이 모인다. 대통령 주변을 살피면 최 측근에서 대선공신이었던 인물들이 항시 행동을 같이 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3철이라 일컫던 이호철·전해철·양정철이다. 이들은 긴 세월을 문 대통령과 정치적 궤도를 같이하며 희비를 나눠왔던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욕심을 버리고 2선으로 퇴진했다. 현재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전해철 의원만 남고 해외로 나가버린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다. 정치인을 모시면서 성공 뒤에 조용히 물러났던 사례는 아직 없었다. 바로 자신들의 목적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사람들은 행동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라고 불렸던 최재성 전 의원까지 정부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의 행동이 미덕이 되어 전통으로 남기를 바란다. 공신의 맨 앞에서 승리의 결과를 즐겨야 할 이들의 아름다운 퇴진은 순전히 문 대통령에 대한 배려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 주어야 새 사람이 온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의 퇴진 결심에 문 대통령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이호철 전 수석은 출국했다. 그는 모시던 두 분이 대통령이 되었음을 명예로 여기며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말을 남겼다. 이런 지인들을 곁에 두었던 문 대통령은 행운아다. 솔직히 부럽다. 상대가 문재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든 이렇게 진심을 배려로 가져가는 지인을 가졌다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대통령과 어려움을 같이하고 마지막으로 세상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퇴진했다. 만에 하나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다면 이들의 아름다운 퇴진까지 빛을 잃는다.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섬겨야하는 이유다. 이들이 물러나며 제시한 과제는 통합과 탕평이고 이는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행동이 신선하게 다가옴은 직전 정부의 불통으로 점철된 권력 나눠먹기 전횡과의 비교에서도 비롯된다. 물정 모르는 거울공주를 정부의 수반으로 올려놓고 국정을 주무르던 하이에나 같은 세력들이 반성 없는 재기를 노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멋진 귀감이다.

지역의 단체장 선거도 크게 다르진 않다. 사심을 버리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뛰는 후보자도 드물지만 사욕 없는 측근도 없다. 그래서 당선인 뒤에는 내가 시장 군수를 만들었다.’는 사람이 수 백 명이고 관급 사업은 찢어 나눠진다. 정말 지역의 발전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도왔던 사람은 순번의 끝에도 설 자리가 없다. 그런 사업은 절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군민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공적인 사업이 벌어져도 뒤를 살피면 누군가의 이권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익을 위한 순수한 사업은 드물고 순수한 선거운동도 드물다. 당선과 선거운동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기를 마치면 돌아오는 것은 무시.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정치가 판을 치는 한 이러한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고위 간부와 단체장은 현역 때 행동이 은퇴 후의 메아리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영광은 어른들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고 후배들도 계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받는 가벼운 대우를 생각한다면 사익보다는 공익을 챙기고, 진심으로 충고하는 지인을 사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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