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정유라가 송환되면서 최순실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 나올 것이 없다는 측과 폭탄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서로 팽팽하다. 하지만 그녀의 행위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처벌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국정농단이라는 이번 사건이 재판으로 치닫고 있을 때, 청와대는 나름 바빴나 보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의전까지 챙기며 권한 밖의 권리를 누렸고 박근혜와 최순실이 남겨놓은 농단의 오물을 깨끗하게 치웠다. 한 통속의 인물에게 권리를 다시 부여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는 청와대의 문서를 대통령 기록물로 몰아서 아무도 보지 못하게 봉인해버렸다. 길게는 30년이 지나야 열람이 가능하니 청와대와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일본이 불가역적이라 주장하는 일본군 성노예 협상도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다. 황교안이 그럴 줄 몰랐다고 말한다면 거짓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알았다. 그런데 왜 막지 않고 방치했을까. 국민의 촛불 영향력이 여기까진 미치지 못했나 보다. 정치권의 청소는 오직 국민의 단합력이 미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정치인을 결코 청소하지 않는다.

이번엔 다시 사드 문제가 불거졌다.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이 대통령 보고서에서 누락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0일이 지나도록 사드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 2기는 426일 성주 골프장에 설치가 되었지만 나머지 4기는 언론에서만 확인했을 뿐 직접 보고를 받지 못했고, 보고서에는 누락되어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답습이다. 여기에 모 야당 대표는 대통령의 무능으로 몰았고 정치적인 쇼라고 비꼬았다. 답답한 일이다. 나라를 위해 선출직에 나선 사람들이 국가적 중대성 보다는 당리를 앞세워 무조건 상대 당을 깎아 내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황교안과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다. 이들에겐 국민적 합의는 필요가 없고 미국과의 밀약이 중요하다.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국회의 승인은 물론 절차를 무시한 채 비밀리에, 그것도 야밤에 도둑처럼 들여온 사드는 이들의 비뚤어진 양심이다. 어쩌면 방산비리와 연관성을 유추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철저히 조사 되어야 한다. 특히 정윤회 문건이 불거지기 전, 딸 정유라는 생부와 김관진 장관의 호형호제를 언급했었다. 두 사람이 무척 친했다는 이야기다. 최순실과 린다 김은 오랜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이고 린다 김은 미국의 무기상 로키드마틴사 로비스트다. 그래서 항간에선 F-35기의 계약과 최순실이 전혀 무관하진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었다. 물론 소문이지만 소문이 소문만으로 끝나지 않은 요즘 사태를 보면 황교안과 김관진, 한민구는 분명 조사 선상에 올려야 맞다. 이들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오물만 치운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적지 않은 오물도 깨끗이 정리했다. 이들이 감춘 그늘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방산농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 지역의 정치인 이낙연 씨가 총리로 임명 되었다. 지역으로선 영광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처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나름 정도를 걸었는데 불거져 나온 사안들은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부인의 그림에 관한 질문은 지성인이 할 내용이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적어도 청문회에서 그에게 따져 묻던 당사자들보다는 이낙연 총리가 훨씬 바르고 젠틀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닌 정치적 묵인으로 나라를 망치던 사람들이 정의로운 척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이젠 역겹다. 이낙연 총리는 국민의 뜻을 알아야 한다. 이권 뒤에 숨어 설거지나 하는 정치인은 황교안으로 충분하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목적이요 과제다. 4대강 사업과 방산비리, 자원외교의 수많은 의문점들을 풀어 국민에게 알려 줘야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고 최순실 게이트의 미비점도 다시 살펴야할 것이다. 비리를 들추지 않으면 같은 부류가 된다. 적폐를 다루는데 정치보복을 말하는 사람은 본인이 그 적폐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비리를 바로 잡는데 필요한 것은 국민의 눈치이지 야당의 눈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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