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원, 영광신문 편집위원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이 계십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지금 어드메쯤/아침을몰고 오는 어린분이 계십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먼 옛날 어느분이/내게 물려주듯이//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이 계십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시인이 쓴 시 "의자"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 의자는 사회적 직책이나 지위. 세대교체의 정당성,또는 일자리를 상징한다. .

다음 세대들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이제 그만 자기 자리를 내어놓겠다는 것이다.

벌써 몇십년 전 명퇴니, 조기퇴직이니 하는 그런 제도가 없던 시절의 일이다. 이미 고인 되신 우리지역 출신 김00 교장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라 했음)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40대에 우리나라 최연소 교장선생님이 되었다. 동료교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찌감치 교장이 되었으니 정년까지는 아직도 20년이 넘게 남았다. 그런 그가 교장에 취임한 후 채 5년도 되지 않은 어느 날 돌연 사직을 했다. 사직의 변은 간단 명료했다. "나같이 메너리즘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빨리 물러나줘야 능력있고 창의력 있는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교원고시에 합격했으나 자리가 없어 신규 발령 대기중인 정체문제도 해결될 수 있으며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선 "자기 한 사람 그런다고 정체가 해소되나?"라며 수근대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록 나 한사람 물러나지만 그자리를 교감이 승진해서 올라오고 교감자리는 교무과장이 올라오고 교무과장자리는 그 아랫사람이 올라오고, 발령대기를 하고 있는 고시 합격생이 신규 채용되고 그렇게 최소한 67명이 구제될 수 있으며, 전국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천 명만 있으면 신규발령 정체를 어느정도는 해결할 수있다."라고 강변하며 조기 자진 퇴직을 실행했다.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을 위해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라는 시와 다름 아니다.

적폐청산, 일자리 창출.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공약이다. 그 실행방안 중 하나로 "일자리가 진정한 복지다"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일자리 위원회까지 신설하였다. 그리고 위원회에서는 정부 예산 11조원을 투입해서 새로운 일자리 11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자리 위원회의 그런 구호는 그럴싸 한데 그 첫 계획은 한마디로 황당하다. 11조원은 무순 돈인가? 국민들의 혈세다. 일자리 11만개 창출하는데 왜 그 돈이 필요한가?

우리나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국무위원을 비롯해 정부투지기관장들까지 포함하면 7.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때마다 잘못된 인사정책이 관행처럼 행해져 왔다. 대다수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이니다.

왜 국회의원이나 잘 하라고 하지 현직 국회의원 데려다 장관을 시키는가? 왜 멀쩡한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데려다 정부 요직에 앉히는가? 어쩌자고 미봉책에 불과한 사상누각 같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자하는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들만 내부승진을 시켜도 돈 안들이고 새로운 일자리 수 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 한 부처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경험을 쌓았으니 그만한 전문가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 뿐만이 아니다. 정부 부처의 요직에 근무하다가 정년퇴직을 했거나 명예퇴직을 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순 위원회니 협회니 하는등의 조직을 만들고, 자신들이 근무했던 정부 부처의 일들을 대행하며, 전관 예우 차원에서 현직에 있는 후배 실무자들이 챙겨주고 밀어주는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을 독식하고 있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수 천개나 널려있다. 심지어는 정부 조직 산하기관까지도 고위공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이 이무기처럼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속칭 관피아 그룹인 것이다. 그리고 현직들은 자신이 퇴직한 후 자기가 차지할 의자를 미리서 만들어놓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그들은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연금혜택은 물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노후대책이 마련되고, 생활기반이 안정적으로 구축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각종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젊고 패기 있는 청년 인력들이 거리를 방황하게 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인사정책이나 관행만 바로잡아도 중앙정부조직과 그 산하조직, 유관단체. 지방자치단체조직 등에서 수 십, 수 백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는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속빈 강정 같은 포플리즘 정책으로 예산 낭비하지 말고, 국민들 속이지 말고 그 많은 의자들을 진짜 주인, 적임자들에게 돌려줘서 그들이 열심히 일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 그래야 진짜 적폐청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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