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밥상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은 아파트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의 거주비율이 무려 55%라고 하니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하여도 과언은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학교에서 집을 그려 보라고 하면 대다수가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나무가 풍요롭게 자리하며 부모와 손잡고 걷는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파트는 오래 지속할 소유의 공간보다 임시 거주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주거의 공간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는 징표입니다. 아파트는 과거 주택난 해소의 목적으로 태어난 집단주택의 형태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역설적으로 아파트는 부의 상징과 고급주택으로 탈바꿈되어 주택의 투기와 이를 부추긴 대기업 건설사의 투기수단으로 오래시간 여겨졌고 지금도 곳곳에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는 마음대로 전통이 가미된 식사조차 눈치를 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말이면 이 콘크리트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아파트민들이 고속도로를 메우고 산으로 들로 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냅니다.

라면을 끓이더라도 진한 MSG 냄새가 베란다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옵니다. 그러니 청국장 된장 등 자극성 있는 전통음식을 마음 놓고 만들어 먹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가 없고, 전통 음식은 교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선 또한 마음 놓고 구워 먹을 수 없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또한 아파트에서 손쉽게 구워 먹을 수 없는 구조가 결국은 외식과 배달음식의 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아파트는 배달음식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집단입니다. 동호 수만 알면 쉽게 배달이 되고 저녁이면 아파트에는 오토바이 소리와 초인종 소리로 들썩이게 됩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앞문을 열어젖히고 자연을 밟으며 자연과 교감을 나누며 우리 전통의 자극성 있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파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김치만 보아도 오래 묵은 묵은지는 그 특유의 신 냄새가 아파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페브리즈로 대표되는 음식냄새 제거용 화학 방향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입니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음식의 제한이 결국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을 선호하게 되고 주말이면 산과 들로 나가 전통이 있는 음식이나 자극성 있는 음식을 해결 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구조를 우리 스스로 외면해야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아랫집에서 무얼 해먹는지 위층에서 다 알 수 있는 구조가 아파트고 음식의 기호도와 호불호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분쟁의 씨앗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층간소음이 아파트에서는 가장 강력한 분쟁이지만 자극성 음식과 더불어 흡연등 아파트는 배려의 공간이라고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습니다.

아파트는 그래서 닫힌 공간입니다. 이웃이 공존하고 음식의 문화를 공유하는 그런 공간에서 철저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어쩔 수 없이 바뀌게 하는 원인을 제공 합니다.

제사라도 지내는 집은 그 특유의 제사음식이 퍼지게 되고 역겨워 합니다. 농촌이라면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고 뉘 집 제사가 언제쯤인지 기다리기도 하지만 아파트는 그런 공간에서 비켜나 있고 메마른 콘크리트 구조물에 불과 합니다.

그래서 단절된 문화와 단절된 음식에서 정서의 부족과 더불어 우리음식으로 대변되는 정과 나눔을 잊어 가는지도 모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아파트는 우리음식의 건강함과 편안함을 도외시 하게끔 잘 만들어 놓은 구조물입니다.

아파트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 한바탕 전쟁을 치룹니다. 방문을 다 걸어 잠그고 환풍기를 가동하고, 생선이나 청국장을 끓이려면 베란다에서 눈치를 보며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외면하게 되고 만들 용기를 갖지 못할 뿐입니다. 아파트 음식의 단순화와 더불어 편의성이 있고, 눈치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고착화 되었습니다.

우리정서에 아파트는 임시로 거주하고 언젠가는 단독주택에서 땅을 밟으며 사는 전원의 생활을 그립니다.

전원의 생활은 음식이 모든 것을 편하게 하고 요리에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이웃과 교감의 폭을 넓히며 나눔의 인정을 스스로 갖도록 자연이 만들어 줍니다.

아파트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던, 생판 처음 보는 이웃과도 금세 친근감이 들고 스스럼없이 나누게 됩니다.

그건 바로 아파트에서 하지 못했던 고유의 전통음식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마음깊이 자리하고 있던 정서가 알게 모르게 돋아나기 때문입니다.

안병학 농식품이야기는 편집개편에 따라 54회로 일시중단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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