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대선보다 더 체감온도가 높은 것이 바로 지방자치단체 선거다. 우리와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의 의도와 행위는 그대로 지역의 변화와 맞물려 돌아가고, 때로는 불필요한 사업으로 나타나 군민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방선거가 1년을 남기지 않았다. 실제 선거기간으로 접어든 것이다. 출마가 예상 되는 후보들은 출마를 일찌감치 밝히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선택의 권리가 있는 유권자들은 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출마자들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상 못했던 참신한 인물은 언제나 후보자 명단에는 없었다. 다시 말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출마 하는 사람들이 계속 출마하고 우리는 그 한계 내에서 선택을 하는 돌려 막기씩 선출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유권자의 비애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기초단체 선거가 즐겁지 않다.

그래도 선거는 해야 한다. 그 중 좋은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민주주의 방식의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방 특성으로 인해 선택의 요건은 첫째가 혈연이다. 종씨가 나서면 문중이 도와야 한다는 암약이 작용한다. 문중에서 벼슬아치가 나와야 도움이 된다는 전근대적 생각이 깔려있다. 국가가 발생하면서 세월을 같이해온 이런 생각이 현재도 진행형이다. 종교만큼이나 끈질긴 생명력이다. 중용에서 공자가 말하길 중용은 지극하지만 백성들 가운데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진지 오래 되었다.”고 했다. 주희는 중용의 덕은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얻은 바, 어려운 것이 아닌데 단지 세상의 가르침이 쇠퇴하여 백성들이 중용을 행할 수 없게 되었으며 행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된지 오래 되었다고 풀어 말했다. 치우침을 없애고 과연 중용을 찾을 수 있는 지역의 유권자가 얼마나 있을까.

혈연 못지않은 것이 학연이다. 이른바 동문(同門)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인연이 지방의 정치를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능력보다는 동문이 앞선다.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줄 군정을 위한 선출인데 항시 능력은 뒷전이다. 여기에 또래 문화와 지연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출마자의 능력은 실종되고 만다. 좁은 지역에서 출마자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실력과 능력도 훤하게 꿰뚫고 있다. 더욱이 몇 안 되는 출마자 중에서 고르는 일은 너무나 쉽다. 이제 기초선거도 성년을 넘겼다. 성숙한 만큼 유권자도 진정한 중용의 덕을 알아야 한다. 아직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의 굴레는 민주주의를 좀먹고 지방자치를 후퇴시킨다.

현역 선출직들은 업무로 평가하면 간단하게 능력이 들어나고, 새로 출마하는 후보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유리그릇이다. 좁은 지역에서 감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격이나 능력과 표의 방향이 다르다면 군정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선 출자를 위한 조언은 맹자에 나온다. “문왕은 곤궁한 부류를 먼저 살피는 어진 정사를 폈다.”고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예를 들자 선왕은 문왕이 훌륭한 왕이라고 칭찬한다. 맹자가 훌륭함을 알면서 왜 행하지는 않습니까?” 묻자 선왕은 내 결점이 재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욕심이다. 공익을 위해 띠를 두르고 나선 사람이 물욕에 마음을 두면 나라의 곡간은 비고 사업은 형평성을 잃는다.

지금까지 영광이 그랬다. 토목사업은 흥하고 문화예술사업은 실종되었다. 온통 길을 내고 산을 파헤쳐 자연을 훼손한 대가로 둘레길이라는 어이없는 결과물을 만들면서도 정작 지역의 정신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그림 한 장 전시할 공간은 없다. 생태하천이라고 조성 한 곳들이 과연 진정한 생태를 위한 것이고, 평생 사람 발길 들어설 이유가 없는 깊은 산골짜기의 사방사업들은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의문이다.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출은 신중해야한다. 누가 공익을 위해 노력을 하는지, 행정의 견제 능력은 있는지, 선거철만 되면 철새처럼 친근을 가장한 교언영색으로 오직 만을 구걸하는지 잘 살펴서 선택의 권리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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