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야시장의 원조 광주예술대인시장

 

전국 지자체들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 필수 벤치마킹 코스

 

문화와 시장의 만남별별 일들이 펼쳐지는 '별장'

도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물거래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행위가 도시의 기원이 됐다고 말한다. 시장과 도시는 이처럼 인류사의 출발에서부터 숙명적 관계를 맺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유통과 소비의 중심이 돼있음에도 재래시장이 21세기를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날의 기억, 붐빔사람 냄새가 여전히 우리의 의식 한 곳에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활성화는 그런 의미에서 경제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도시민들의 삶을 활기 있게 만드는 문화 힐링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는 일찌감치 재래시장 활성화의 파이어니어 역할을 해왔다. 재래시장 쇠락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식되던 2008,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대인시장(동구 대인동) 활성화에 나섰다.

특히 문화예술시장의 원조이지 기병지 역할을 했던 대인시장은 지금도 명성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의 필수 벤치마킹 코스가 될 정도로 해마다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을 보태며 원조 예술시장으로서의 위상에 빛을 더하고 있다.

벽화와 설치미술 등 젊은 미술가들의 재기발랄한 시장 꾸미기 작업도 꾸준히 진행돼 시장 안길은 옥외 갤러리처럼 변신했다.

특히 상인과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재래시장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고안된 토요상설 야시장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며 전국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의 전통시장의 변화는 바로 매주 토요일 저녁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대인시장의 성공적인 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충장로와 금남로가 번화가로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광주의 상업구도에서 대인시장은 유일하게 시내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인기와 효용가치는 매우 컸다. 어물과 채소류 도매시장으로, 생선과 건어물은 물론 수산물 거래량이 많고, 더불어 양품점과 포목 비단점, 양은그릇과 미곡상이 있어 과거부터 시민들은 시내에 볼일을 보고나서 함께 대인시장을 들려 장을 보았다.

대인시장도 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겪었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비위생적이고 도태되어 보이는 전통시장의 모습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게 만든 원인들이었고, 악성적자를 이유로 하나 둘 점포들이 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프로젝트로 비어 있던 점포에 예술 작품이 전시되고, 그를 기화로 예술이 동거하는 시장으로써 대인시장은 거듭나기 시작했다. 연이은 호재로 대인시장이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대인시장에 있어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현재 광주대인시장은 예술가와 상인들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이 되었고, 매주 토요일 저녁 예술야시장 등을 개최하며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김형식 기자

 

쇠퇴하던 시장에 문화라는 새 옷 입혀

명맥만 이어가던 대인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된 것은 문화와 예술 덕분이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지역 작가들의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 고재근·신양호 등 광주시와 담양군 지역 작가들은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20042·7일장이 열리는 담양 오일장 내 국밥집에 작품을 전시한 담양장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2006년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으로 이어갔다.

담양장과 말바우시장에서 예술실험을 이끈 작가들은 2008년 점포 절반 가까이 비어 있던 대인시장에 둥지를 틀어 새로운 예술 실험에 두 팔을 걷어붙였고, 같은 해 열린 7회 광주비엔날레가 불을 댕겼다.

광주비엔날레 측이 현장 프로젝트를 시장에서 펼치기로 하고, 빈 점포 70개를 임차해 지역 작가에게 임대해 작가와 관객이 작품으로 소통하는 일명 복덕방 프로젝트를 벌인 것이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작가 30여명은 시장의 새로운 예술 가능성을 발견했고, 비엔날레가 끝난 뒤에도 그대로 눌러앉아 예술시장을 만드는 결정적인 불쏘시개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광주시와 함께 옛 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면서 방문객과 시민·예술가가 만나는 접점뿐 아니라 소비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2018년까지 10년 한시 사업으로 아시아 문화 예술 활성화 거점프로그램 사업등의 추진에 들어갔다.

이 중 아시아 문화 예술 활성화 거점프로그램 사업의 한 분야가 대인예술시장 별장 프로젝트 사업으로 이 안에 예술가와 시민·기존 상인이 만나는 대중적인 공간에 창작 예술과 시민 영역, 상거래 행위가 결합하는 소통의 공간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근거지로 활용하기 위한 대인 예술 야시장이 들어있다.

 

대인시장 김냇과를 아시나요?

광주 대인동을 지키던 옛 김내과 건물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달 오픈한 김냇과는 광주 동구 대인동의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갤러리, 호텔, 북센터, 카페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창출했다.

김냇과라는 명칭도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맞춤법에 맞지 않는 사이시옷이지만 옛 것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김냇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1025m² 크기의 김냇과(광주 동구 구성로 204번길)는 광주의 문화 색채를 풍성하게 만드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름은 1965년부터 1996년까지 해당 건물에서 진료를 하던 김내과에서 따왔다. 오랜 시간 시민들을 진료하고 돌봐주던 김내과처럼 예술을 통해 따뜻한 기억과 추억을 전달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냇과 건물은 지하1층부터 3층까지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1층은 전시, 공연, 교류, 교육 등 다목적 갤러리로 꾸몄다.1층은 작가아트상품, 전시, 리미티드 아트토이를 전시하는 카페가 조성됐다. 별자리와 야경을 볼 수 있는 루프탑 등이 마련돼 있다.

지하 갤러리는 국내 5대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분기 별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유명작가의 개인전, 콘서트,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1층 카페는 작가의 아트상품과 리미티드 아트토이를 전시 및 판매해 방문객들의 미각과 시각을 즐겁게 하는 공간이다.

2층에는 대인예술시장 내 대안공간으로 국내외 작가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테우그로(Mite Ugro)가 입주해 다양한 교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현재 독립 큐레이터인 후안 카넬라, 안드레아 로드리게스 노보아, 베로니카 발렌티니가 운영하는 'BAR 프로젝트' 전시가 진행 중이다. 3층은 김냇과만의 특별한 호텔이 있다. 침대가 없는 온돌방 3개룸, 침대 3개룸으로 구성됐다. 룸이나 복도에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김냇과의 호텔이 특별한 이유는 장기 투숙객들을 위한 조리 공간이 각 실별로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대인시장에서 사온 먹거리들을 직접 조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호텔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연결된 루프탑은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이벤트를 마련하고 콘텐츠를 채운 뒤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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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애 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 사무국장

참여형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승산이 있다

권지애 사무국장은 대인 예술 야시장 역시 걱정거리는 있다현재 시민셀러 모집과 운영, 여러 가지 공연 구성 등을 별장 프로젝트 사업단이 도맡아 하고 있지만, 2018년이면 프로젝트가 완료돼 오롯이 시장 상인들 몫으로 남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야시장이 열릴 때만 잠깐 문을 여는 기획 점포가 등장한 데다 일부 기존 상인 중 수십 년간 지켜온 품목을 버리고 오로지 야시장에 판매할 음식 메뉴에만 집중해 전문성을 잃어가는 것도 아쉽다이 때문에 일부 상인 등이 야시장에만 몰두하다 보니 평소에는 야시장 열리기 전 한산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가 지속적인 시장 활성화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별장 프로젝트 사업단이 지난해부터 상인 역량 강화 사업등을 펼쳐 자생적인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다고 덧 붙였다.

또한 야시장 초반 시민셀러 비중이 70%였다면 현재 상인과 셀러의 비율을 50%로 맞춰 서로 간 갈등 요소를 미리 차단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행 속도가 빨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매일 새로운 아이템과 색다른 시도를 통해 방문객이 항상 궁금해 다시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야시장은 지역 농부·예술가 등 가족 단위로 참여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경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이나, 한 달에 두 번 지역민과 여행자가 어우러지는 제주 세화 벨롱장처럼 가족이 즐기는 참여형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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