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7월 마지막 주를 맞으며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었다. 요즘은 나이를 날씨로 실감하며 혹한기보다 무서운 것이 혹서기임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피서는 언감생심 전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나이가 들면서 절실히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야 일정을 봐가며 적당히 다녀오면 되는 피서지만 공직자들은 그나마 자유롭지만은 않다. 직급에 따른 눈치는 물론 업무 추진상황까지 살펴야하고 과별로 빈자리를 아울러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휴가는 고사하고 더위와 다투며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항상 혹서기 휴가는 7월 초의 인사와 맞물린다. 새로운 보직에서 업무를 익히기도 전에 휴가철은 다가오고 자리의 공백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모 면사무소에 일을 보러 갔던 지인이 담당자가 교육 들어갔다며 10여 일 뒤에나 다시 들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휴가와 교육은 의미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리를 비운다는 것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원인에게 담당이 없다는 이유로 10일 이상을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했다. 이런 경우가 일선 면사무소에선 자주 발생한다. 담당이 출장이라도 나가면 그 자리를 아무도 대리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민원인은 속절없이 돌아서는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직원의 인원부족을 말하기 전에 민원의 우선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대안이 필요하다. 직원 상호간의 조율과 협조가 그것이다. 서로 좋은 날을 잡아 휴가를 내려는 이기적인 행위는 피해가 고스란히 민원인에게 주어진다. 만일 시급한 민원이 담당이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실기한다면 관리자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할 것이다.

휴가철 업무공백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실제 항시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잦은 인사로 아직 업무도 파악하기 전에 다가온 휴가철은 공무원 당사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공무의 철저한 이행과 역량의 향상은 휴식에서 나온다. 눈치 보지 말고 며칠 정도는 마음껏 쉬었다 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공무원에게도 이젠 눈치를 벗어난 개혁적 사고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공복이 아니라 업무에 충실한 직장인으로서의 권리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의 자세는 공복인 공무원보다 훨씬 엄격하다. 항시 해고의 그늘에서 위협을 느껴야하는 회사원들은 자기 관리와 업무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개혁적 사고는 역설적이게도 여기서 카피를 해야 한다.

자주 발생하는 휴가철 업무공백으로 인한 민원인의 불만은 상급 관리자의 책임이다. 자신이 먼저 챙기는 피서 휴가는 하급 직원들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잃는다. 그리고 조율의 정당성까지 상실하게 된다. 특히 읍면사무소의 실태는 잘 살피고 감찰해서 시골 어르신들의 불편을 없애야 한다. 전라북도와 경기도 오산시를 비롯한 일부 시군은 820일 혹은 말까지 한 달을 하계 휴가철감찰기간으로 정하고 공직기강 해이와 피서지 감찰 관리에 들어갔다. 영광군도 본격적인 피서기간만이라도 감찰반을 운영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특히 가마미해수욕장을 비롯한 대표 피서지의 운영 실태를 살펴 관광객들의 편의를 살피고, 휴가자 업무의 공백을 잘 아우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기강의 해이를 막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공직자의 업무태만과 민원처리 지연을 비롯한 기강의 해이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이고 보면 아직 시행 전이라면 소규모의 감찰반이라도 운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직원들은 하계휴가 일정을 최대한 사용하되 업무공백은 없게 하라는 것이 단체장들의 일반적인 지시지만 하급 직원들에겐 압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필요한 것은 관리자와 중간 관리자들의 적극적인 업무분담이지 추상적인 지시가 아니다. 실질적인 휴가철 업무조율은 상급자의 심성에서 나온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