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골에서 에너지 자립을 배운다

21세기 인류는 석유정점, 기후변화, 세계경제 위기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의 에너지 대안으로 떠오르던 핵에너지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결코 안전한 에너지원이 아니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영광신문은 영광에너지자립마을의 여건 조성을 위해 타 지역의 에너지 자립마을 현황과 육성책을 취재해 우리지역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 하늘 아래 첫 에너지자립마을 성대골

주민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생산 주민의 70% 이상이 세입자

서울 하늘 아래 첫 에너지자립마을을 꿈꾸는 성대골 마을2011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에너지 위기 시대에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을 통해 마을의 60여 가구를 시작으로 성대골 절전소를 만들어 절전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 3·4동에 위치한 성대골은 성대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로 22000세대 55000여명이 살고 있다. 성대골이라는 마을이름은 국사봉 골짜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기에 불려졌다. 주민의 70% 이상이 세입자이다.

이런 동네에 지난 2009년 상도3동 주민 센터에 풀씨모임이라는 독서동아리가 생겼다. 매주 1회 독서모임을 하고 지역에서 작은 실천을 모색하는 모임이었다. 이 풀씨모임에는 5~6명이 모였지만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역 주민활동의 바탕이 됐다.

이런 마을 자치공간은 마을장터로 이어졌다. 어린이 도서관 앞에서 신년음악회도 열고 연극공연도 하면서 점차 주민들의 참여활동도 늘어났다. 이러한 마을 주민활동이 에너지 자립마을의 시작이 된 셈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성대골공동체는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민대상 환경워크숍을 시작하면서 우리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을 고민하게 됐다. 이런 고민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에너지 자립 마을만들기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마을 절전소다. ‘에너지 절약이 곧 생산이다라는 목표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에너지 절약 목표치를 세우고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가는 실적을 매월 도표로 작성해 각 가정들의 실적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어린이 작은 도서관 벽면에 70여 가구 착한에너지 지킴이들이 지난해 사용한 월별 전기 사용량을 빨간색 막대그래프로 표시하고 지난 201211일부터 매월 그 옆에 전기 사용량을 초록색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활동은 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어린이도서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각 가구별 에너지 절전 현황은 아이들도 도서관에 오면 어느 집이 잘하나 지켜보기 시작했고 주민들도 에너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마을의 중요한 주제가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마을 절전소 활동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모두 35000kwh을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 이일을 계기로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만들기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인 에너지 자립마을 활동을 시작한 성대골 공동체는 마을 에너지 학교인 성대골 마을학교와 에너지 슈퍼마켓을 지난해 만들었다. 어린아이들과 일반 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학습하고 놀이도 하는 마을학교는 마을 활동의 중심축이다. 적정기술이나 에너지 관련 학습과 토론을 통해 에너지 자립 마을만들기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또 마을학교는 사회적 기업인 두꺼비하우징의 도움으로 단열공사를 실시하고 태양열온풍기도 설치했다. 각종 에너지 관련 책이나 LED전구, 절전 멀티텝, 태양광 관련 정보, 에너지 관련 현황 등 에너지 종합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도 하는 에너지 슈퍼마켓2013년 오픈했다.

 

주민참여, 지역에너지정책 중심으로 부상

성대골 마을, 리빙랩 활동 통해 자발적 활동

중앙집중적인 전력·에너지 시스템의 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적인 소규모 분산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꾸준히 진행돼 온 덕분이다. 과거 시민단체 중심의 사회운동 수준이었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는 어느덧 국가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했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초점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공급 위주 패러다임은 소비 관리 중심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 단위에서부터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 제주도 탄소 제로 섬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지역 주민들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면서 의견수렴을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자립마을의 1세대 격인 서울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다시 한번 태동하고 있다. 단순히 정부나 지자체 지원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리빙랩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발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리빙랩이란 삶(living)과 연구실(lab)의 합성어다.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현장이 곧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자 테스트 베드라는 의미다.

김소영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대표는 전문가에게만 맡겨놓기보다는 태양광을 직접 사용하고, 마을에 살고있는 주민이 참여해야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성대골 리빙랩에서는 미니태양광발전 기술의 개발과 보급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아내는 마을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대골 리빙랩 마을연구원은 미니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정보 제공과 동기부여의 사회적 네트워크 부족 구입·설치비용 마련의 부담 이사 등으로 인한 태양광 설비 철거 및 재설치 등을 미니 태양광 보급의 장애물로 지목하고 기술, 금융, 교육홍보 등 3가지 분야를 활성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술사업의 일환으로 성대골은 미니태양광 지역거점인 백업센터를 구축했다. 백업센터 마을기술팀은 직접 미니태양광을 만드는 DIY를 진행한 마을 주민 중 손재주가 좋고 열성적인 이들로 구성됐다. 미니태양광업체인 마이크로발전소로부터 소정의 교육을 받고 지역내 미니태양광을 설치하고 사후관리까지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금융기관과 연계해 마을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미니태양광 대출상품을 개발한 것도 인상적이다.

 

에너지 슈퍼마켓, 절전을 팝니다

이 곳은 에너지 절약을 파는 유일무이한 상점입니다.”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입구에서 언덕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면 에너지슈퍼마켙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성대골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에너지를 전면에 내걸고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23규모의 작은 매장에는 단열재, 태양광 충전기 등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제품들이 빼곡했다.

조합원은 가게를 방문한 손님에게 에너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단열공사 등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컨설팅도 해준다. 난방, 조명 등에 필요한 전력은 가게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기로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영 마을닷살림 대표는 상점의 이름은 영어에너지의 앞 글자 ‘E’의 의미를 살려 슈퍼마켓이 아닌 슈퍼마겥으로 지었다면서 단순히 물건을 팔아 수익을 얻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에너지 운동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에너지 사랑방’”이라고 소개했다.

 

전기 없어도 재미나게, 행복하게

인터뷰-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

김소영 대표는 마을의 작은 놀이터에 와이파이가 터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더 이상 뛰어놀지 않았다집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놀이터에 와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간단하게 마을을 소개했다.

특히 정전이 되는 순간, 모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전기에 중독된 사회, 어린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마저도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전기 없이는 놀 줄 모르게 된다면, 참 암담하다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느라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내뿜는 위험한 발전소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도 가속화될 것이다고 말햇다.

이어 마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몸으로 놀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엄마들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뭉쳤다면서 동작구 상도동의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엄마들이 비전력놀이연구소를 차리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에너지가 주는 편리한 일상에 젖어 있다아이들에게 고통의 일상을 선물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뼈아픈 자각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엄마들은 아이들과 전기 없이도 놀 수 있는 다양한 놀이문화를 확산하고 기후변화를 지루한 강의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해보고 느낄 수 있는 재미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았다면서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담아 자료집을 펴냈다. 페트병과 돌멩이, 콩과 쌀 등을 이용해 재활용 악기를 만들어 지구를 위한 노래 만들기, 헌옷을 뭉쳐 만든 공으로 페트병을 쓰러뜨리는 볼링 놀이, 낙엽과 솔방울 등을 이용해 가면 만들기, 우유팩으로 화분 만들기 등 자연 속에서, 혹은 버려지던 것들을 재활용해 유용한 물품을 만들기도 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전기가 없어도, 에너지를 안 써도 재미나게 노는 문화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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