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가 국회에서 부결처리 되었다. 상당한 충격이다. 이례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제법 괜찮은 후보였다는 사실이 더욱 그렇다. 이유 중에 하나가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것인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이미 밝혀진 것을 억지로 문제를 삼았다. 군형법 제925계간, 기타의 추행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는데 김이수 후보는 기타의 추행문제를 거론하며 소수 의견을 냈었다. 기타의 추행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남성간의 성 행위와 추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이미 군부대 내에는 여군도 많고, 여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성적 범죄는 물론, 영외에서의 문제 등이 명확하지 않아 위헌의 소수의견을 냈던 것이다. 이를 문제 삼아 국민의당 의원 6명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어 인준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동성애가 아니라 모호한 법 규정에 위헌 의견을 피력했지만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상한 논리로 몰아간 것이다. 자칭 보수정당의 전형적인 모습이 오버랩 된다. 물론 저변에는 통진당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이 더욱 큰 원인이겠지만 말이다. 소수의견도 재판의 역사이고 재판관들의 중요한 뜻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의견과 쓴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밴댕이 오지랖의 정치는 다시 역사가 새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네이버 이해진 대표 관련 발언에 유감 표명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혁신형 기업가이지만 네이버는 미래를 보는 비전이 부족해 보인다.”는 발언이다. 다음카카오의 이재웅 대표는 이 내용을 SNS를 통해 김상조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없이 성공을 이룬 인터넷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오만한 발언이다.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만이라는 표현의 내면은 자신들의 대단함을 모르고 까부는 상대라는 개념이 강하게 들어있다. 국가에서 보태준 것 없이 성공의 신화를 이룬 대단한 자신들을 어떻게 감히 평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쓴소리는 싫다는 표현이다.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에도 이유는 있지만 지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네이버, 넥슨, 호반건설, SM, 동원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바 있다. 네이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해진 창업자는 자신이 총수로 지정된 데 대해 행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준재벌집단제도란 5조 원 이상 자산 규모의 기업에 일감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규제로 총수를 지정하게 되어 있다. 네이버는 총수가 없는 기업임을 강조했고 김상조 위원장을 면담까지 하며 이해진 창업자의 총수 지정을 항의했지만 결국 그대로 지정이 되자 소송까지 불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실제 네이버는 3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친척들이 관여 된 계열사는 3개에 불과하고 일감몰아주기도 전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하던 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지 왜 강하게 어필을 하고 소송까지 불사하는 것일까. 답은 역시 편견과 오만이다. 감히 최고의 자신들에게 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것이다. ‘쓴소리는 듣기 싫다.’는 강한 어필이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삼류(정치인)가 일류(기업인)를 깔보았다.”면서 자기를 스스로 비하했다. 자신은 이제 기업인에 앞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혀끝이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르는 유체이탈 화법이 누군가와 닮았다.

쓴소리를 극히 싫어하는 부류는 우리 주위에도 있다. 바로 일부 지방 정치인과 공무원이다. 충고와 외부 의견은 듣지 않는다. 자신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에서 나오는 편견임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 주위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울타리를 치고 좋은 말씀만 가득하다. 예술의전당 자문위에는 예술가가 드물고 축제운영위원회에는 전문 운영가가 없다. 그래서 쓴소리도 없다. 쓴소리를 들을 오지랖도 없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쓴소리가 싫은 사람들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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