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필자는 지난 8월 초순경 관내에서 발행되는 주간지에 비과세 예탁금은 지역균형 발전의 영향이 크다는 내용의 컬럼을 쓴 적이 있는데 금번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농협 비과세 예탁금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8년간 비과세 예탁금 제도에 가입한 비 농업인이 무려 2,200여만 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농업인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도입한 비과세 예탁금제도가 농업인 보다는 각급 직장인등 도시민들의 절세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집계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비 농업인이 전체 가입자의 75%에 달하는 수치인데 반면에 혜택의 중심이어야 할 농업인은 전체 가입자 대비 25%600여만 명에 불과한 실정으로 사실상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비과세 예탁금에 가입한 비 농업인들의 분포도 다양 했다고 한다. 의국인과 재외동포를 비롯하여 학생 및 연금소득자등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 수준이고 또 지역 별로 보면 농업과는 사실상 거리가 먼 서울지역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비과세 예탁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도시민들이 절세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이 된다.

한편 비과세 예탁금은 지역 농, 축협과 새마을금고등 상호신용기관이 취급하는 3천만 원 이하 예탁금의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서민금융제도이다 농가를 중심으로 한 금융소외계층이 자산형성을 통해 가계 건전성을 제고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정부가 과거 비과세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연장을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정부가 균형재정을 위해 비과세 제도를 대폭 줄이면서도 지금까지 연장해 오고 있는 것은 각종 농산물 수입개방등으로 온갖 시련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이런 좋은 제도가 주체인 농업인이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돼서 이런 방식으로 편법 시행 되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아마도 지역 농축협 등이 수탁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작위로 가입을 유도 했거나 또 도시 직장인과 국내 외국인등이 절세를 위한 목적으로 가입조건을 위조하는 철저한 방법 등으로 어려움 없이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농업인등 서민들을 위한 비과세 예탁금 제도가 이같이 악용되고 있다면 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어찌돼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당초의 도입취지와는 달리 제도 자체가 악용되면서 그 혜택이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당국의 즉각적인 조사와 함께 합당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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