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가장 떠나고 남겨진 다문화 모녀

비새고 벽은 금간 폐가 수준의 집서 생활

지붕에서 비가 새고 벽은 갈라진 폐가 수준의 집에서 생활하던 다문화 가정 모녀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가장이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던 가장 조모씨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단 것을 직감한 듯 생전에 다문화 이주여성인 부인 A(38)와 딸 희망이(가명·8)를 위해 행정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자신의 마지막 길에 홀로 남겨질 두 모녀를 생각해 마땅한 보금자리라고 마련해주고 떠나기 위해서였다.

이들 가정이 생활하던 집은 노후 되어 지붕과 벽에서는 비가 새고 일부 벽체는 균열이 진행되고 있어 붕괴 위험까지 있다. 외부 찬바람을 막는 문은 비닐로 덮여있고, 천정과 주방은 벽지와 싱크대마저 썩어 곰팡이가 피어 부서지기 일보직전으로 폐가 수준의 환경이다.

그나마 이들 가정이 생활하던 집과 토지는 조씨 부친의 소유로 무료임대로 생활해 왔으나 형제들과 관계가 악화돼 남겨진 두 모녀가 계속 생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도 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던 조씨는 생전에 주변 땅을 구해 작은 집이라도 지어 두 모녀의 모금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를 상담했던 영광군 사회복지사는생전에 조씨는 본인의 정신이 흐릿해 지기 전에 한국에 홀로 남겨질 아내와 아이를 위해 안정된 주택을 마련해 주고 싶은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달 24일 주거안정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영광군 통합사례관리 회의에서 논의됐다. 군은 이 가정을 돕기 위해 한국구세군 자선냄비본부로부터 1,000만원, MBN ‘소중한 나눔 무한행복으로부터 2,000만원 등을 확보했다. 당시 조씨도 일부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된 지 열흘여 만에 조씨가 세상을 떠난 데다 남겨진 부인마저 얼마 전 김치공장에서 일하던 중 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가면서 손가락 절단수술을 받고 치료 중에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영광군 통합사례관리 팀은 토지를 매입해 주택을 신축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던 지난해 사례와 같은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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