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정치판에 다시 철새가 떴다. 그것도 역대급이다. 지난 6일 황영철·김용태·김무성 등 9명이 바른정당을 집단 탈당해 자한당으로 복귀했다. 창당 당시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잘못을 빌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내걸었던 기치는 개혁보수였다. 어떠한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 말에 한 술 더 떠서 황영철 의원은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선 언제든 다시 철새가 될 것이라는 엽기적인 발언을 남겼다. 국민을 팔아 국회의원에 당선 되고, 다시 국민을 팔면서 보따리를 싼 것이다. 정말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파렴치한 잘못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들 얼굴 두꺼운 철새파들의 머릿속에는 단지 자신의 정치적 처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도덕성이란 언제나 앞길을 막는 적이다. 이른바 표가 문제다.

아무리 홍준표 대표가 막말을 하고 구설수에 올라도 자한당은 꾸준히 인기를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바른정당은 추락했다. 이른바 보수층은 이렇게 다시 뭉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선택은 자신들이 적폐라 불렀던 자한당으로의 회귀다. 얇아도 너무 얇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러한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고 박지원 전 대표는 이를 두고 닭 쫒던 개 꼴이 됐다.”고 안철수 대표의 복심을 비꼬았다. 안철수 대표의 바른정당과 통합 의지를 일찍이 반대했던 심기가 드러난 표현이다. 실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말에 의하면 안철수는 대표로 선출 되자 바로 손학규 전 대표를 보내 통합 타진을 해 왔다고 했다. 호남권을 버리고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겠다는 계산이지만 그의 능력으론 힘들 거라는 개인 생각이다.

안철수 대표의 세상 보는 시각은 특이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의 정치색은 MBGH의 중간이다. 서민을 전혀 모르고 턱을 항시 들고 다니는 왕자님 행태는 GH, 정치와 사업을 구분 못하고 사회적 정의에 앞서는 부도덕성에 기인한 판단력의 부재는 MB를 닮았다. 그래서 그의 눈에는 현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이 전 정권에 대한 복수로 보인다. 고구마 줄기처럼 들려 올라오는 엄연한 팩트인 범죄의 증거를 보면서도 정치적인 보복으로 판단하는 그의 머리는 유아적이다. 현 정부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병이 깊은 결과다. 지난 정권이 저지른 범죄를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걸려 치죄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책임정치는 실종된다.

불과 20년 전 우리는 경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전두환과 노태우를 특사로 풀어줬고 덕분에 이들은 풍요롭게 여생을 즐겼다. 죽어간 희생자 가족들의 동의는 없었다. 그 증거로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 전두환을 용서하지 않았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이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기 위해 감옥을 찾아가지만 범인은 이미 하나님이 용서했다며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김대중 선생의 대의적 판단력은 피해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할 권리마저 잃은 신애(전도연)처럼 5.18 유가족들은 활보하는 전두환을 보면서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김대중 선생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함으로써 전 정권이 저지른 범죄의 치죄를 정치보복으로 만들었다. 구속이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가둬야 함이 사회적 정의에 맞다. 심지어 내년에는 경호비용도 올려 준다고 한다.

자한당과 바른정당 파렴치 철새파들의 공통적 주장이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유체이탈식 화법은 이들의 전통이다. 학습이 잘 되었다.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공영방송을 망가뜨려 언론을 사유화 하고, 방산비리와 자원외교, 4대강 비리, 국정원 각종 비리 등 나열이 힘든 범죄의 주인공들이 나라를 살리려고 다시 뭉친다니 무섭다. 여기에 완벽한 캐스팅보트를 틀어쥔 국민의당이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으니 민생과 안보정치는 요원하기만 하다. 정치인에게서 정의와 도덕성을 바란다는 것이 무리일까. 어쩌면 정치적 유전자와 도덕성의 유전자는 공존이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의 눈이다. 모든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고 이들 나쁜 정치인들을 도태시키는 역할도 국민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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