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달빛!

이즈러지기 시작한 하현달 한 조각

각시탈 형상이구나.

그 쓸쓸함에 마음 기대어

미지(未知)의 세계를 원유(遠遊)하는

고즈넋 한 나의 넋이여!

아득한 그 어느 곳으로부터

고요히 흐르는 달빛 타고

찾아올 사람,

나는 이 밤

그 사람을기다린다.

아니다.

사람을 그리며

사람을 찾아 나선다.

사람이 싫어져서

더욱 그리워지는 사람.

사람 냄새가 날 것 같은

그 사람.

나처럼 외롭고 쓸쓸한

그 사람.

서러움 사무친 가슴으로

울고 있을

그 사람.

우수에 찬 눈동자 속

아스라이 드리워진 수평선.

그 너머로 흘러가는

희미한 돛배 하나.

구비구비 은하길 혼자 걷는

조각달 같은

그 사람.

그 사람에게

깊어가는 가을밤을

온전히 주고 싶다.

기다림의 끝자락마저

모두 다 주고 싶다.

목숨처럼 남겨두었던,

기다림이 끝날까? 두려워서

새벽달 스러지는 그 순간을

차마 다 채우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 돌려야 했던,

그 기다림의 끝자락을

이제 너에게 주고 싶다.

달아!

사람을 기다리는 아픔과,

그리움과, 서러움과, 조바심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

달아!

힘들고 지쳐갈수록

강인하게 되살아나는

힘의 원천.

이제는 그 정점마저 두렵구나.

달아!

나는 나의 눈을 통해 사람을 볼 줄 아는

나의 본 능을 믿는다만,

달아!

이 세상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 또 있겠지?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 찿아 방황하고,

사람을 만나

사람을 사랑하며

사람의 마음으로

사람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의 마음.

그러나 달아!

나는 지금

나마져 버리고 싶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는 내 마음도

깨끗히 털어버리고 싶다.

달아!

바람이 잦아들고 여명이 물들어오면

흔들리는 내 마음 속

아침의 평화가 올까?

가을이 겨울로 가는 오늘의 길목에서

밤을 새워 우는 갈대보다

아픈 몸짓으로

사람이 그리워서

울어 새는 마음으로

달아.

너를 부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