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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블루오션’이다
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2017년 11월 20일 (월) 11:20:35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이 술렁인다. 벌써부터 공천을 노리는 예비 후보자들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번 지방 선거가 4년짜리 보여주기식 공약 남발의 장이 아닌, 지역 사회의 비전 수립을 위한 정책 토론과 검증의 장이 될 수 있을까.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에서 지역 발전의 비전으로 내세우는 정책이다. 물론 영광군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런 류의 기업 유치 정책은 선거 시기에 봇물 터진다. 지역 성장과 개발을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쉽지만, 막상 투자 대비 고용과 경제적 가치 창출에서는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발전=기업유치라는 고정 프레임이 지배하는 곳에서 다른 접근, 다른 계획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기업유치 경쟁이라는 레드오션이 아닌 마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블루오션'적 비전을 호소할 만한 참신한 정치인이 과연 나타날까. 지방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 이슈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 정작 공론화되어야 할 지역의 정치 이슈는 실종되어 버리고 마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하면서 번번히 실망했던 경험이 큰 탓인지 여전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포스트 산업화와 저성장, 지역불균형과 고령화 시대에 천편일률적인 기업 유치 없이 마을이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한때는 지역 주민의 고용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유치에 의존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자본주의 산업 환경의 변화속에서 기업들은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산업 수명 주기가 짧아지면서 기업을 유치해도 기업-지역 간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경제 일변도의 가치관을 탈피해 갈수록 다원화되는 사람들의 사고와 라이프스타일을 잘 분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예리하게 파악하고 유연한 사고와 발상으로 우리 지역만의 독창적이고도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야 한다. 포스트 산업화 시대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지역은 커뮤니티와 유연한 노동방식에 기반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재발견되어야 한다. 경제활동에서의 로컬한 특성의 확산은 성장일변도 시대에 잃어버렸던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시도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최근 들어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마을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각양각색의 마을들이 출현한다. 도시와 농촌의 현실이 엄연히 다르고, 무리지은 사람들의 처지와 관심사에 따라서도 다양한 형태를 띤 마을들이 생겨났다. 뜻 맞는 소수가 결사해 터전을 잡고 아예 공동체를 꾸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대신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을 조달하고 추진하는 마을 사업이 대세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관에서 돈을 끌어들여 사업을 벌렸다가 오히려 공동체에 상처만 남기고 끝나버린 경우도 많고, 주민들의 살림살이와는 무관하게 외부인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전시용 마을 만들기로 전락한 경우도 허다하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의 복원과 확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자치를 이야기하면서도 마을에 자치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없고, 자급을 말하면서도 자원은 모두 외부에서 조달해야만 하는 신세라면 마을공동체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을 것이다. 마을은 주민들의 호혜와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삶의 터전이다. 결국 키워드는 마을이다. 주민들의 연대와 마을의 자급력에 기초한 내재적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1인 다양성의 시대에 경제-교육-복지-환경 등 삶의 각 분야에서 작고 다양한 노동들이 조화롭게 연결되고 선순환할 수 있는 마을이 되어야 한다. 매력적인 마을 비전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위기를 벗어날 해법은 가까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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