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전라남도농업연구관, 농업정책박사

짙어가는 가을이 겨울을 재촉하면서 한 해의 추억 쌓기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이 영광의 백수 해안도로와 불갑사, 불갑저수지 등 산과 바다 찾기에 분주하다. 그런데 지난 1120일부터 닭과 오리 등 가금류(家禽類)에서 발생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 virus)’가 영광과 가장 가까운 전북 고창의 오리농가에서 발생하였고 전남 순천, 경남 고성, 충북 청주, 충남 당진과 서산, 제주도 등지의 철새분변에서도 검출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주요 강과 바다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아쉬움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H5N6AI는 작년 1116일 처음 발생해 불과 2개월 동안 3200여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 처분하게 만든 전염병으로 중국에서는 17명이 감염되어 10명이 사망하였지만 사람 간 전파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AI 방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부여한 ‘AI 청정국지위를 회복한지 37일 만에 박탈되면서 홍콩 등으로 수출하던 신선 가금류의 수출도 중단되고 말았다.

AI는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한번 발생하면 감염력과 전파력이 매우 높다. 감염된 분변 1g에는 닭 10~10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한번 발생한 농장은 병아리나 새끼오리를 6개월 정도는 입식이 불가능하다. AI의 전파경로는 주로 병아리나 새끼오리 분양, 사료배달 차량, 오염된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해외 방문자 등과 인접한 농가의 오염된 바이러스가 공기 중의 먼지 등과 함께 이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년부터 발생하는 AI는 예년과 달리 야생철새의 이동에 따라 감염경로가 보고가 되고 있어 발병경로를 밝히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렇게 높은 감염력과 빠른 확산속도를 지닌 AI를 차단하기 위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양계농가를 중심으로 혼신의 방역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중앙부처 관계자들이 지방자치단체장과 방역관련 회의, 현장지도 등에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120~21(48시간)에는 축산농가 방문자제, 가금류 시설 출입차량 및 축산관련 종사자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발동하고 일제소독을 실시하였다.

현재 전라남도에서는 영산강, 영암호, 득량만, 고흥만, 해창만의 출입을 폐쇄하였으며 철새 관찰로가 있는 고천암과 강진만, 영암호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거점 소독시설과 이동 통제초소를 11곳에서 26곳으로 늘려 방역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금류 농장의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주요 도로와 축사의 진입로에 생석회를 뿌려서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내고 있다. 영광군의 경우 고창의 인접지역인 홍농읍 용대저수지와 칠곡저수지, 구암천 두암저수지 등지의 철새 분변이 외부로 오염되지 않도록 주민들의 출입통제를 당부하는 등 ‘AI 청정지역 영광을 사수하기 위한 지원에 최대의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또한 11개 읍면의 주요 저수지 30여 곳에는 야생조류 AI 긴급 행동지침에 따른 예찰 강화와 AI 예방을 위한 철새 서식지 출입 금지 현수막을 게첨하고 AI 중점 예방관리 거점 소독시설을 운영하는 등 AI 유입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AI 인체 감염 예방수칙을 발표하고 축산농가와 철새도래지의 방문자제, 가금류의 사체와 접촉금지, 30초 이상 손씻기, 마스크 착용,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 그리고 AI 발생지역 방문 후 10일 이내 고열과 기침이 발생할 경우는 보건소나 1339로 신고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축사의 오물, 분변 등의 외부 반출금지, 물청소 후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축사의 먼지, 오물, 분변, 흙 등을 깨끗이 물청소하고 건조시킨 후 구연산, 과산화초산, 치아염소산, 이소시안나트륨, 삼종염, 글루타르알데히드 등 소독제를 살포하고 흙으로 된 축사에는 생석회로 소독하고 있다. 농장 출입구에는 신발 소독조와 방역복, 장화 등을 비치하고 있으며 기존에 구입한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75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조리할 경우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홍보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영광군은 지난 해 구제역과 AI확산을 차단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AI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여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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