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지 편찬위원장

이번 그시절, 그노래, 그사연은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도심 로터리 방식의 도로 시설물이 아니고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기로한곳이 삼각지 로터리였는데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연인을 기다리다가 돌아서는 남성의 비련을 호소하는 노래로서 196710월 말경 취입해 그 이듬해 2월 세상에 발표됐다. 하지만 당시 많은 애청자들은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을 도로구조물 삼각지로 연상하는 분위기 였다.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짖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가는 삼각지 ――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1)

 

특히 1963년 이인권작사, 배상태 작곡의 돌아가는 삼각지는 주인을 찾아서 4년동안 해맨 노래였다. 처음엔 가수 남진과 협의를 했으나 그에게는 창법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고 이어서 남일해를 찾았으나 일정이 바빠서 사실 어렵다는 거절 사연을 들었다. 다음엔 가수 금호동에게 넘어갔는데 그는 악보를 보고는 구닥다리 곡이라고 정중히 사양을 했다. 이렇게 돌고 돌던 이 노래는 결국 1967년 서울 을지로 천지카바레에서 드럼을 치며 노래하던 배호에게 넘어간다. 더욱이 작곡가 배상태는 배호의 큰집 사촌형이다.

한편 배호는 이 곡을 아세아 레코드사에서 4시간 연습을 한 후에 어렵게 녹음을 했다. 당시 배호는 신장염 투병으로 숨이 차서 삼각지로~”에서 멈췄다가 “~터리에로 이어가는데 그보다도 녹음 기사가 노래가 끝난줄 알고 스위치를 끄기도 했었다고 한다. 웃지못할 일이다. 더욱이 배호는 신체적으로 많은 불편을 느끼면서도 정상의 인기를 누렸지만 결국 19711020별이 빛나는 밤에출연 중 감기 증세가 악화되어 입원을 했다가 그해 117일 서울 청량리 단칸방으로 귀가하는 구급차안에서 30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다.

아울러 배호는 음악 유전자(DNA)가 특출했다. 우선 둘째 외삼촌 김광옥은 일본 무사시노 음악대학을 거쳐 유명한 음악가 윤이상과 함께 활동을 했으며 중국 북경 심포니 교향악단 지휘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셋째 외삼촌 김광수는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로 KBS 악단장을 지냈고, 넷째 외삼촌 김광빈은 피아노와 아코디언 연주자로 MBC 악단장을 지낸 음악적 소질이 다분한 가정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수가 유명해지면 모창(模唱)을 많이 하는데 모창은 대중성과 상업성 측면에서 간과하지 못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립 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배호의 엘피(LP:Long playing)음반 156곡을 분석한 결과 8%가 모창 음원이었다. 사실 지난해 이맘때 배호의 타계일인 117일에 맞춰 발표 된 자료에 기초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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