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그동안 농업의 과거는 수난의 역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수난을 통해 우리나라는 발전을 거듭하였습니다. ·공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농업 홀대, 도시로 이주한 서민의 안정적 생활을 위한 농산물 가격 인하, 농업을 담보로 체결한 우루과이라운드 그리고 수많은 FTA ... 그럼에도 농민은 핍박받는 환경에서도 우리의 고향과 터전을 지키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이런 외부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정부와 주요매체의 지속적인 농업 홀대는 농업의 몰락과 농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10년째 농업소득 1000만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 “보조금을 타 내기위해 투쟁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렇듯 농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농업을 애물단지 취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농협의 주도하에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달 농협(회장 김병원)은 농업가치 헌법 반영을 위해 추진한 서명운동이 111일 시작 후 30일 만인 1130일에 1000만 명을 돌파 했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협은 이번 1000만 명 돌파를 추진 동력으로 농업 가치에 대한 국민 공감을 더 확산해 나가기 위해 농업가치 범국민 공감운동확산 결의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춰 전남도의회에서도 농민 권리와 농업의 가치 반영을 위한 건의안을 채택해 개정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정말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1달 만에 1000만 명 서명을 받았다는 것도 놀랍지만, 농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함께 지켜야 할 가치로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대반전입니다. 농협이 정말 농협다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써 김병원 회장님을 비롯한 농협의 임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리고, 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애써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공은 그 가치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농업인에게로 넘어왔습니다. 한 번의 퍼포먼스로 농업과 농촌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농업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일시적인 도·농 교류 행사를 도·농 상생교류 사업으로 확대시켜야 합니다. 도시에 부족한, 도시민들이 농촌에 바라는 다양한 요구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농업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될 것이고 그래야 그들 스스로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와 함께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고 보호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건 지역에 살고 있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 고장과 몸담고 있는 농업을 얼마나 존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내 고장과 내 일을 사랑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이 인정해 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남들과 내 자식들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지역문화와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 이벤트적인 지역축제와 한마음 대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을 찾아 제대로 평가와 예우를 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 인물들을 내·외부에 알리고 홍보 할 수 있도록 행정적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 고장을 제대로 알고 우리 일에 자부심을 가진다면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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