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戊戌年) 새해의 소망을 기원한다.

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무술년(戊戌年) 새해

나라의 안위와 민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소망을 안고 무술년 새해가 힘차게 웅비를 했다.

지난 2017년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무색했을 만큼 온 국민을 좌절과 분노속으로 함몰시켜버린 우울하고 참담한 해였다.

국정농단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이어 치러진 대선과 새정부 출범,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과 지진, 대형화재 등등 숨 돌릴 틈 없이 터져 나온 사건사고들이 점철되면서 우리는 어둡고 긴 터널 속을 헤매야만 했다.

더구나 새정부 들어 드러나기 시작한 사회 곳곳의 적폐를 지켜보면서도 과연 이 나라가 이런 상태로 어떻게 굴러올 수가 있었는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을 만큼 우리 국민들은 황당하고 허탈할 수밖에 없었던 해였다.

우울한 닭띠 해 2017

2017년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유래가 없을 만큼 큼직한 사건들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함께 문재인 새정부가 탄생을 했다.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을 앗아간 세월호가 온 국민의 여망속에 인양이 되었으며, 2011년 수백 명의 사망자와 피해자를 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자들의 처벌도 있었다.

북한의 핵도발을 방어하고자 배치된 사드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이어지면서 중국관광객인 유커들의 발길이 끊겼고 롯데, 현대차 등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파동 등으로 먹거리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살충제 달걀과 발암물질 생리대 등이 또 한번 우리들을 경악케 했으며,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경제 재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도발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평화를 갈구했던 우리국민들에게 찬물을 끼얹으며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15명이 숨진 경기 영흥도 낚시배 사건은 마치 세월호 참사의 후속편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해 주었으나 졸였던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29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다시 한 번 총체적 안전불감증에 빠져버린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 크기라는 포항 지진으로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군 출신인 이낙연 전남지사가 총리로 발탁되는 큰 영광도 있었다.

댓글과 신 당파싸움

동인-서인, 남인-북인, 노론-소론, 그리고 좌파와 우파.

나라를 파멸로 몰아갔던 조선시대의 당파싸움 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 최첨단 문명의 이기(利器)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시대에 엄연히 상존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는 말들이다.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정권의 향배를 놓고 전라도와 경상도가 동과 서로 갈리어 으르렁대고 있으며, 노년층과 청년세대들은 보수와 진보로 편이 갈려 우리사회 곳곳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효라는 유교적 도덕관을 중시하는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핵무력을 완성했다며 초강대국인 미국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북한 정권과 대치를 하고 있다.

미국의 조야에서는 우리의 평화의지와는 상관없이 연일 북한 선제 타격론을 흘리면서 전쟁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덩달아 북한의 김정은은 핵위협을 넘어 생화학무기 협박까지 곁들이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급박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동과 서, 노인과 젊은 세대간의 분열로도 부족해 나라를 이끌고 가야할 정치인들마저 좌우로 갈리면서 사생결단으로 상대방 깎아 내리기에만 여념이 없다.

인터넷을 점령한 네티즌들은 댓글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이판사판식 대결도 불사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을 할 만큼 모든 허물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막가파식 헐뜯기가 인터넷상에서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탄저균 백신구입에 대한 네티즌들의 진흙탕 싸움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적전분열은 바로 패망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수없이 익혀왔다.

1868년 시작된 내전(보신전쟁)으로 날이 지고 새는지를 몰랐던 일본인들은 구로후네(미국의 페리제독이 끌고 온 흑선黑船)라는 이양선이 일본 해안에 나타나자 즉각 싸움을 중단했다.

일본인들은 죽기살기로 싸우다가도 적이 나타나면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적에게 침략할 빌미를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치러야 한다.

북핵 중단과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은 홀대외교라는 비난을 들어가면서까지 중국을 방문했을 만큼 우리나라 주변상황은 결코 녹록치가 않음을 깊이 새겨봐야 할 일이다.

새해에는 이처럼 어두운 것들이 모두 걷혀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영광신문 애독자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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