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67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먼지에 덮힌 채 묵묵히 버팅겨 온 시간들을 박차고 다시 세상으로 나온 "현대 시조 삼인집". 1951년 가람 이병기 시인이 자신의 작품과 우리 영광 출신 조운, 남령(조영은)의 작품을 모아 시집으로 출간 하기 전에 필사본으로 만들었던 "현대시조 삼인집"이 유실된지 67년만인 지난 2017년에 발견된 것이다.

개교 70주년 기념사업으로 가람 전집 발간을 준비하던 전북대학교 측은 현대문학사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 뜻밖의 자료 발견이란 점에서 이 시조집을 가람전기에 수록하여 지난해 10월에 출간 하였다.

전주에 사는 동료 문인으로부터 이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필자는 설레는 마음을 견딜 수 없어 우리 영광 출신으로 전주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지인에게 즉시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누님, 부탁이 있어. 전북대학교 국어국문과 김익두 교수를 찾아가서 '현대시조 삼인집' 한권 구해줘" 즉답이 왔다. "아무나 구할 수 있나?"

"부탁하면 구해줄거야" ", 알았어 오늘 다녀올게"

네시간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다. 조바심을 견달 수 없어 전화를 했다.

"아직 못구했어?"

"김익두 교수님 찾아갔는데 '출판문화센터'로 가라고 해서 그쪽으로 가고 있는중이야"

한시간쯤 시간이 흘렀는데 누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주소 찍어줘" "고마워 누님"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난 뭘 보내지?"

'괞찮아 누나 지금 아주 기분 좋아"

다음날 양장본으로 엮은 3권의 전집이도착

했다. 감동이었다. 그 순간,

15년 전 노 스승께서 필자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구현아 영광에서만큼은 문예협잡( 文藝挾雜)이 있어선 안된다. 어떻게 해서든 '칠산문학'만큼은 올곧게 지켜내라"

가람은 최승범 (전 전북대 교수. 시인)이란 훌륭한 제자를 길러냈고, 최승범 선생은 또 현 전북대 국문과 김익두 교수를 비롯한 여러명의 걸출한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래서 가람의 예술혼은 그 맥이 끊어지지 않은 채 오늘까지 굳건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영광엔 그런 문맥이 없다. 다만 문학적 지고성

(至高性), 지순성 (至純性), 치열성(熾烈性), 향토성 (鄕土性)으로 규정될 수 있는 영광의 문학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만이 각자의 나름대로 그 맥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밝힌 두분의 마음 또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광의 문맥을 이어가고자 30년 전 창립된 "칠산문학회"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근대문학의 산실이라는 학계의 평가와는 다르게, 열정만 앞설 뿐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구차한 이야기지만 재정적 열악함때문이다.

누가 해야 하는가?

영광군이나 의회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인문학의 접목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이제 행정이나 의정도 표를 의식한 쪽수와 성과 위주의 얄팍한 정책에 얽메이지 말고 가치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 해야 한다. 그래야 영광의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보신주의나 출세지향주의 정책은 영광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정책 집행권자들의 개인적 명예에도 치졸함이라는 스펙만을 더해갈 뿐이다.

2018, 영광의 미래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토록 행정과 의정이 한단계 발전되어가는 원년이 되길 촉구한다. 맥락(脈絡) 없는 영광이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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