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지구촌이 산업사회로 접어든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체감 온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당장 나에게 닥치는 위기가 아니라는 안일함이 원인이다. 흡연자가 담배가 건강에 지극히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로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기에 금연에 느긋함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구의 환경이 내 세대에서 급격히 무너져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고 명증도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도 환경청정구역은 아니다. 요즘 자주 오르내리는 미세먼지 비상은 그 중 가장 심각하다. 이제 숨도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도시 중심의 인구 밀집형 국가는 미세먼지와 자동차 스모그 위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이루고 상위권 경제국가로 부상한 저력을 세계가 인정하고 놀랐지만 그만큼 환경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지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와 인구가 모여 사는 영광읍의 경우만 봐도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자동차가 모든 주차장과 심지어 길까지 가득 채우고 매연을 배출하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오목한 접시형을 이루고 있는 읍내에서는 빠질 곳이 없다. 새벽에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에서 이러한 현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읍내의 시가지만 자욱한 스모그가 덮고 있는 날이 허다하다. 하물며 대도시의 실상은 어떠하겠는가.

모두 인간이 저지른 결과지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환경 불감증이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정파적 정쟁거리로 삼아 환경단체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이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판과 비평으로 정쟁거리로 만들 일은 아니다. 초당적인 정책의 보완과 협조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를 제기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서울시와 교통이 연결되어 있는 지역의 도지사로서 협조와 협의가 아닌 정쟁으로 끌어들여 지방선거에 접목하려는 의도를 의심케 했다.

현재 무너져 가는 지구촌의 환경은 이렇게 느긋하지가 않다. 바다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2050년 무렵에는 미세 플라스틱의 무게가 모든 바다의 물고기 무게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학자들의 견해도 발표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물고기의 내장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이미 오염이 되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오늘도 바다에 각종 화학성분의 물질들을 버리고 있다. 지구는 우리만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야할 필수보존지역이다. 환경문제를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정치인들이 심각성을 개인의 영달 뒤에 배치해버리면 지구는 오래 견디지 못한다.

수도권의 이틀 연속 미세먼지 비상조치는 처음이다. 그만큼 요즘 환경 문제는 심각하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공공기관의 차량이라도 짝·홀수제를,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은 무료탑승을 시행했다. 물론 흡족한 방법은 아니지만 공기가 좋아지기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 어쩌면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적은 핵보다도 환경문제가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직도 제대로 된 대책이나 방안을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은 미세먼지 저감방안과 수도권 주요현안 해결을 위한 수도권정책협의회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중단 되었던 협의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건 슬로건은 수도권 시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정치가 아닌 일을 합시다.’였다. 이른바 환경문제까지 끌고 들어가는 정치만능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이다.

국민들에겐 미세먼지의 범인을 중국발로 각인을 시키고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분일 뿐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해성은 사실이지만 우리 자신도 생활 속에서 수많은 원인을 만들고 있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의 상용화는 가장 시급하다. 정책의 부재는 온전히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이 환경 분야라면 누가 반박을 할까. 우리 영광군 역시 환경정책을 비롯해 기초가 되는 식물과 동물의 생태 현황을 파악이라도 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고 점검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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