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어려운 현대사의 주인공으로 살아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고 어려운 사건도 많았었다. 하지만 정신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시기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소수의 이상한 애국자들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선 국론이 갈렸다는 표현을 쓰지만 갈린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의 행동이다. 하지만 유력 언론들에 의해 노출되는 그들의 행위는 국민 절반의 의사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전쟁을 원하는 것일까. 올림픽을 토대로 대화와 평화를 위해 비정상적인 국가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계속 딴지를 거는 세력은 누구일까. 입항하는 만경봉호를 향해 돌아가라외치며 인공기를 불태우는 사람들의 저의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언론과 방송 패널들은 이들을 보수세력이라 부른다. 그래서 언제나 같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상징 태극기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빨갱이·종북·좌파라고 부르는 사람이 제1야당의 대표이고 자칭 보수라고 말한다. 진짜 보수 세력을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다. 보수는 자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평화적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의 타격론에 힘을 싣고 급변을 원하는 이들이 엄밀하게 말하면 진보세력이다. 보수는 평화를 원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종북 대통령이 3인이나 나왔는데 아직 대한민국이 공산화가 되지 않았다니 이상한 일이다. 종북으로 먹고 사는 그들이 바로 종북이고 북한이 없으면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세력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온갖 음해성 루머가 나돌고 심지어 선수들 유니폼과 헬멧에까지 시비를 거는 이상한 현상에 이해가 힘들어 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했다였다. 아직까지 재벌을 제대로 옥살이 시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의견은 재판을 받으면 유죄 선고를 받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것이었고 예상은 맞았다. 이른바 재벌불패 유전무죄의 공식이다. 과거 기록을 찾아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15천억 원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1천억 원 비자금 조성, 두산그룹 일가의 286억 횡령과 28백억 원 분식회계 혐의, 삼성 이건희 회장의 466억 원 탈세와 15백억 원대 배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액수가 전혀 다른 이 사건들의 법원 판결은 한결 같았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다. 이재용 역시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이하로 맞추기 위해 재산국외도피 건을 무죄로, 뇌물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성 요구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렇게 26월의 징역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 되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사법정의가 또 삼성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니 삼성 앞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형식 판사의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항의 글이 폭주했다. 일부에선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파면까지 거론하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속담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승계권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정부의 협조로 받으면서 대가가 없었다면 속된 말로 소가 웃을 일이지만 법조계와 자칭 보수들에겐 통했다. 조선일보는 이재용이 정경유착의 굴레에서 풀려났다했고 중앙일보는 정경유착은 없었다1면을 장식했다. 징역 26월의 형을 4년간 유예해 준다는 실형을 받은 이재용을 심지어 무죄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징역 3년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집행유예가 없기 때문에 뇌물죄를 일부만 인정해 형량을 낮춰 석방해 주었을 뿐이다. 그는 결코 정경유착의 굴레에서 벗어난 무죄가 아니며 아직 상고심이라는 엄중한 다툼이 남아있다. 유력언론과 한국당에서 판결을 정당화하고 정형식 판사를 옹호하고 있지만 국민은 오히려 이해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법이 상식을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문형표 전 이사장은 이재용 승계 작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받았지만 같은 사안인데도 이재용은 무죄를 받아 형량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독일로 보낸 36억이 뇌물죄로 형을 받았는데 재산국외도피는 무죄다. 흔히 말하는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판결이다. 재벌에게 무릎 꿇은 사법부의 굴욕이다. 구치소를 나오며 짓던 이재용의 미소는 국민과 사법부를 향한 비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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