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핵폐기물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

황대권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대표)

작년 봄부터 한빛핵발전소측은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영광군민들에게 선심관광을 제공하고 있다. 명분은 경주의 건식저장시설 시찰이지만 가는 김에 불국사를 구경하고 호텔에 묵으면서 식사대접까지 받으니 명백히 관광이다. 이에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은 한빛원전 본부장을 찾아가 아직 정부로부터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에 관해 어떠한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주민갈등 부추기는 선심관광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발전소측은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한수원 내부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며 계속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수원이 돈이 남아돌아 선심관광을 시켜주고 지역에 상생자금을 내놓는 게 아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짓기 위해 주민들에게 이른바 약밥을 먹이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막걸리 선거라고 있었다. 후보가 유권자에게 고무신과 막걸리를 사주고 선거때 표 찍어 달라는 것이다. 그런 행위가 불법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유권자들은 받아먹고 선거 때 다른 사람 찍으면 그만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한국의 선거가 돈에 의해 좌우되는 이유가 유권자들의 이런 태도 때문이다. 돈만 주면 최악의 정치인이건, 최악의 공해업소건 무조건 오케이. 내 고장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비전도 없이 오로지 돈의 힘으로 선량이 되고자 하는 자들을 뽑지 말아야할 것이며, 아무리 돈을 준대도 고향산천을 더럽히는 행위는 단연코 거부해야할 것이다.

도대체 고준위핵폐기물이 무엇이기에 한수원은 이토록 치밀하고 끈질기게 공작을 벌이는 것일까? 연탄을 다 태우고 나면 연탄재가 나오듯이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다 태우고 나오는 것이 바로 고준위핵폐기물이다. 이 고준위핵폐기물은 고방사능 발열체라서 원자로에서 꺼내자마자 옆에 있는 습식저장소에 보관하는데 오는 2024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그때까지 새로운 저장소를 짓지 못하면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하는 한수원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겠다. 연탄재 같으면 어디에 쌓아둔들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고준위핵폐기물은 워낙에 위험한 물질이라 법률에 의해 이동과 보관이 엄격히 통제된다. 핵연료의 주요성분 가운데 하나인 우라늄238 같은 것은 방사능 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무려 45억년이나 걸린다. 전문가들은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소는 최소한 10만년은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핵발전소가 들어올 때 영광군민들은 지역경제가 좋아진다는 말만 들었지 천년만년 보관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지역에 보관해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에 대해서조차 들어본 일이 없다. 발전소에 관한 것은 회사가 알아서 안전하게 관리할테니 발전소로 인해 생기는 각종 이권과 돈이나 잘 챙겨먹으라는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소를 허용해주면 지금까지 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주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늘 이런 식이다. 위험천만한 산업시설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에게 전체 그림은 보여주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날 듯이 겁박하면서 주민들의 동의와 협조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군민들의 안전과 생계를 볼모로 용케 핵발전소를 운영해왔지만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소만큼은 안 된다. 발전소 자체는 기한이 있지만 핵폐기물은 거의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아니 지구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단지 원전이 있다는 이유로 떠맡아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정부와 한수원에게 분명히 말한다. 고준위핵폐기물을 지역에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10만년어치 보관료를 선불로 계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온 국민에게 고준위핵폐기물의 정체를 낱낱이 까발리고 국민들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핵폐기물은 일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일개 회사 차원에서 공작하듯이 일을 진행시키면 지난 30년간의 투자가 제로로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를 약속하였다. 재공론화를 통해 핵폐기물에 대한 기본계획이 법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이와 관련해 지역민을 분열시키는 어떤 행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건식저장시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디딤돌 돼야

박천중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사업준비팀장

2017년 우리는 국민과의 신의를 지키지 못한 정부가 어떠한 결말에 도달했는지를 목격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1년이 지났고 그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술년을 맞아 한빛원전도 영광군민과의 관계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며 마음을 새롭게 한다. 신뢰가 없다면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자세로 올해에도 한빛원전은 영광군민들과의 투명한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올해 영광군민과 한빛원전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가장 큰 현안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발전소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관한 것이다. 건식저장시설이 없는 한빛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조에 보관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이 습식저장조 만으로 보관을 한다면 2024년 말 전후로 포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절차법이 통과되어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다음 단계인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을 마련한다고 할지라도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만 최소 12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습식저장조의 포화시점을 넘길 수밖에 없다.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발전소를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하여 원전의 발전량을 줄여나가면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줄어들어 현재 운영 중인 습식저장조만으로도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전환 계획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이 운영만료가 될 때까지 최소 60년 동안은 원전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당장 원자력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임시저장시설의 영구처분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정부의 고준위폐기물 재공론화시 분명하게 명시한다면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군민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1992년부터 국내 월성원전에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건식저장시설은 자연바람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열을 식히는 방식이기에 자연재해로 인해 전원이 상실되어도 시설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시에도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까지도 완벽히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 독일 등 세계 31개 원전운영국 중 17개 국가에서 건식저장시설을 안전하게 운영 중에 있다. 이러한 건식저장시설의 건설은 한빛원전 운영에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영광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지난 1986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한빛원전은 1호기를 시작으로 머지않아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1호기 202512, 2호기 20269월 폐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17.12>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기업으로서 주민의 일자리뿐만이 아니라 세수 등을 통해 지역경제 뒷받침 역할을 해왔던 한빛원전이 수명기간 동안 지역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도 건식저장시설 건설은 꼭 필요한 시설이다.

혹자는 현재 습식저장조 포화 예정 시기까지 7년이나 남았으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이후에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논의하라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건식저장 용기 및 시설의 설계에 18개월, 인허가 24개월, 건설 및 제작에 4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7년 후 한빛원전 내 6개 전체 원전 가동중단을 피하려면 현 시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추후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소통채널과 함께 건식저장시설의 기술적인 사항인 저장용기 타입, 저장 방식 등에 대한 안전성 확인을 시간을 가지고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확인으로 지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한빛원전과 영광군이 지속발전 가능할 수 있는가를 가름할 수 있는 공동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한빛원전은 영광군청, 의회, 범대위, 민감,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한빛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 공동대책위원회와 건식저장시설 관련한 제반사항을 진정성 있는 자세로 소통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다. 한빛원전이 지난 14일 공대위 회의에서 제안한 정기적인 소통(공대위 회의 월1, 실무위원회 월 2)과 국내외 건식저장시설 안전관리 실태 현장조사가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화되기를 바란다.

 

한빛원전 고준위폐물의 현주소는 ?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건물 내 수조에는 폐연료봉 6,103 다발이 저장되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임시 보관하고 있다.

한빛원전은 30여년이 지나도록 폐연료봉처분장 즉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시설하지 못해 매년 늘어만 가는 폐연료봉을 발전소 내부 물탱크 안에 임시보관하고 있다.

고준위영구처분장이 만들어 지면 옮겨 간다고 설명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고준위 처분장은 빨라야 40년 후로 예상된다.

198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빛 1호기가 수조에 임시 보관한 시간이 32년이 흘렀다. 그 후 2호기부터 6호기까지 매년 엄청난 폐연료봉이 쏱아져 나온다.

한빛원전의 폐연료봉 생산 저량량 기한은 당초 2019년 이었다. 중저준위처분장 시설도 10여년이 소요되자, 영구처분장 시설은 당분간 힘들겠다고 판단한 한빛원전은 10여년 전부터 저장방식을 조밀렉 저장으로 변경했다. 조밀렉저장은 물탱크 내부 저장 공간을 기존보다 더 촘촘히 조밀하게 나누어 더 많이 보관하는 방식으로 폐연료봉을 물에 담가놓고 있다.

폐연료봉은 이런 방식을 통해 57년 정도 냉각과정을 거쳐 열을 식히게 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을 물탱크 안에 임시(510년가량) 보관한 다음 인간의 생활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된 안전한 처분장으로 옮겨야하는데도 30년 이상을 발전소 내 물탱크에, 그것도 조밀렉 시공을 통해 애초 설계보다 빽빽하게 보관했다는 것은 위험한 저장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고준위 핵폐기물인 폐연료봉이 최대 10만년 이상 독성물질을 내뿜을 정도로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칫 자연재해나 기기결함에 따른 전기공급 차단 등으로 수조 속에 붕산수 공급이 끟긴다면 폐연료봉이 녹아버리는 멜트다운 사태도 예상되며, 대기에 노출될 경우 대형 방사능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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