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행정학박사, 시인

바람 앞의 등불같았던 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지난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 위기 때문에 유럽 몇몇 국가들은 올림픽 참가를 유보하기도 했다. 좋은 일에는 장애가 많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평창올림픽이 개최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자 아이스하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고,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을 국가로 들으며 남북이 공동 입장하는 것을 놓고 보수 야당은 평창 올림픽이 아니고 평양 올림픽이다고 했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오기 전에 북한이 평창의 매력을 납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북한 인사와 동선(動線)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평창에 간다고 말했다.

고난과 시련의 가파른 비탈길, 화해와 치유의 계단을 남북의 선수가 함께 성화를 들고 올라가서 마침내 평화의 불꽃을 타오르게 했다. 개회식은 세계인이 경이와 감동의 찬사를 아끼지 않은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였다. 스포츠와 예술, 역사와 스토리를 최첨단 기술로 연출한 개회식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국 선진 대한민국의 국력과 위상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에 유감이 없었다. 개폐회식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많다.

9일 개막되어 17일 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92개국 2925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올림픽이다. 95천만명이 보는 세계인의 겨울축제다. 우리나라는 하계올림픽과 동계 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개최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5번째 국가가 되었다. 분단 72년 두 동강 난 땅, 휴전선 철조망이 가까운 평창에서 평화와 화합의 지구촌 축제를 열었다.

평창 올림픽은 1988년 하계올림픽 후 30, 남북 단일팀은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현정화리분희 여자팀은 단체전 우승, 남자팀은 단체전 4) 27, 북한 예술단과 조선총련 동포 응원단은 20028·15 민족축전 후 16, 2000년 하계올림픽 이래 10번째 남북 공동입장은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후 11년 만이다. 북한 응원단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올림픽 단일팀은 처음이다.

9일과 17일 평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폐식에서 남북 선수들이 ‘KORE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을 국가로 들으며 공동 입장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뜨거운 열망과 비원(悲願)이다.

1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50분까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위원장 등 일행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북한 인사의 청와대 방문은 86개월, 해방 후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청와대 방문은 처음이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족을 뜻하는 백두혈통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청와대 방문은 처음이다.

접견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자신이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특사임을 밝히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빠른 시일 안에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9일 저녁, 강릉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경기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란히 앉아서 관람하고 응원했다. 10일 저녁 서울 국립극장에서 북한 예술단 공연도 함께 보고 끝난 후, 환송 인사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특사 일행을 개막식과 청와대 방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장, 북한 예술단 공연의 극립극장 등 네 번 만났다.

미국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들을 데리고 평택 천안함과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 인권탄압과 독재, 가난을 비난했다. 개막 전야 리샙션에서는 아베 일본 총리와 함께 15분 늦게 왔다가 5분 만에 퇴장했다. 김영남 위원장만 빼고 다른 나라 정상급 대표들과는 악수하고 나갔다. 개막식 때 주최국이면서 남북 공동입장이라는 감동적인 역사적 장면에서 모든 국가 대표들이 일어나서 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나 펜스 부통령과 아베 수상만 박수도 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올림픽 후에 한미연합훈련을 조기에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가문 대통령으로부터 그것은 주권 문제요 내정 문제라는 면박을 받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누가 평화와 통일세력이고, 누가 대결과 전쟁세력인지를 우리 국민들이 분명하게 분별하고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단절과 대결의 긴장 조성과 전쟁 위기 뿐이라는 사실을 지난 보수정권 집권 동안 똑똑히 보아왔지 않는가. 있는 그대로의 상호 인정과 존중, 교류와 협력 만이 서로 살 길이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의 협력자이지, 우리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주체는 결코 아니다. 부디 우리 국민들의 수준과 판단, 행동하는 평화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거두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