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각계에서 불거진 성폭력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눈사태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에 만연했던 성적 적폐가 한 여검사의 손으로 열렸다.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다. 검찰청에서 시작한 도화선은 가장 취약한 예술계를 자양분 삼아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신문방송을 도배하고 있는 사건들을 다시 언급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인권을 정치로 몰아가는 모리배들의 더러운 속성을 참을 수 없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직장 생활을 했던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면 자신들이 사회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를 기억할 것이다. 직원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높은 분 옆에 젊고 예쁜 아가씨를 앉히고 술시중을 들게 했었다. 특히 관공서에서는 당연한 관습이었다. 조선시대의 관기문화를 자신들도 모르게 답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적당한 성적 농담까지 더해지면 어린 여직원들은 민망해 했지만 가해자에겐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이런 행태는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은 오히려 음지로 숨어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

문제는 가해자들이 권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거절하고 대응하는 행위는 직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생계가 달린 것이다. 안희정의 뉴스를 접한 지인들 대다수 역시 거절하지 않고 여러 번 응한 것은 여자에게 복심이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돌아 올 거대한 감정의 폭풍과 역차별의 쓰나미는 양질의 직장과 삶을 함께 날려버릴 것이 분명한데 거절이라는 용기를 꺼내 볼 엄두가 나겠는가.

모든 것은 권력에서 나온다. 고은이라는 사람과 이윤택, 조민기, 조재현, 김기덕 등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알량한 권력을 이용해 때로는 딸보다 어린 학생들까지 유린했다.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저지른 추행이다. 더욱 가관은 이러한 사회적 병폐를 해결하려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고 정략으로 이용하려는 무리만 4월 개구리처럼 떠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에겐 지금의 사태가 인권 문제가 아닌 6월 지방선거에 이용할 도구 이하도 이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해자 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다.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안희정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과거 박근혜의 말투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틀림없는 말이다. 안희정을 두둔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당은 참아야 한다. 새누당 시절 오죽했으면 성누리당이라고 했을까. 당 대표는 돼지발정제로 이슈를 만들었고, 발정제 사용 목적이 강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가장 선두에서 개인의 인권이 아닌 민주당의 일로 몰아가는 장제원 의원은 의정사에 기록 될 정도로 짧은 기간에 당적과 말을 바꾼 사람이다. 거기에 아들의 성매매 시도로 SNS에 사과문을 도배 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고 사과문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들이 음악 하는 것을 자신이 이해해 주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과문에 일관적으로 나타난 내용이어서 이해가 어렵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의 대표 정치인이다. 제발 인권을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이웃 함평군도 시끄럽다. 군수가 성추행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군수는 음해라고 주장 하지만 피해자가 한 사람이 아니다. 수사를 해 봐야겠지만 이미 도덕적인 상처는 깊다. 과연 우리 주위는 깨끗할까. 아닐 것이다.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신고처를 만들어 놓았지만 여성에겐 치명적인 상처가 될 #METOO를 선뜻 드러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여성의 미래를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거의 관습으로 굳은 여성 폄훼 사상을 고칠 길이 없다. 특히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은 이젠 없어져야할 시대적 유물이다. 심지어 친구 부인을 상대로 성적 농담과 잠자리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던지는 공직자와 문학 모임에서 여성 회원을 성희롱하는 사람도 겪었다. 위계와 힘, 권력, 동물적 무지로 인한 성은 모두 성폭력이다. 자신들은 농담과 위트로 좌중을 즐겁게 한다는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은 수치스럽고 불쾌하다. 남자는 3근을 조심하라 했다. 고은처럼 평생 지은 시가 쓰레기가 되고 안희정과 정봉주처럼 현실은 물론 꿈까지 송두리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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