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홍원리에 위치한 월정리 역이 있다. 서울에서 원산까지 가는 도중의 간이역이 바로 이곳이다. 6.25 당시 마지막 운행의 흔적을 안고 있는 월정리 역은 남북 실향민들의 한이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남아있는 녹슨 객차 잔해와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 뼈대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로 이곳에 1988년 철원안보관광개발사업으로 세워진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철제 팻말이 서 있다.

요즘 연배가 지긋한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과의 관계일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대통령이 바뀌면서 선택한 새로운 노선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을 좌우로 한 등거리 외교는 어린 아이를 달래는 것보다 힘들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일세기에 나오기 힘든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더욱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단단히 걸어버린 대북관계의 빗장은 정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아니 백성들 대다수의 소원은 아직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통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남북의 백성들 소원은 하나 같이 통일이라는데 왜 그럴까. 참 이상한 일이다. 누가 통일을 막거나 방해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북한의 존재로 존립하는 단체가 그럴 것이다.

더욱 어려운 현실은 중국과 일본, 미국의 숨은 다툼에 숨통을 조여 오는 한반도의 긴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살얼음으로 표현 했지만 서커스의 외줄타기와 비슷하다. 한국당과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선제타격을 주장했지만 해법과는 관계가 멀다. 미국은 전쟁이 발생해도 남의 나라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한국이 초토화 되지 자신들의 안위와는 관계가 없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한국당은 그래선 안 될 일이다. 요즘 한국당 대표의 주장이 일본 아베의 그것과 기이하게 닮아 있다는 느낌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가장 타격을 받을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데 한국당과 일본의 논조가 비슷하다는 사실이 궁금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서 상당히 신경 써서 접대하는 모양새다. 북한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변화가 좋은 쪽이었으면 하는 생각은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신들이 걸어 잠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방해와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다. 계속 되던 인도적 차원의 곡물 원조까지 끊어버리고 대통령 개인 의사로 개성공단 문을 닫아버린 정권이 바로 자신들이었음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통일 대박을 외치던 그들의 이중성은 오늘 안타까운 해프닝으로 남았다. 누가 통일이 될 거라는 예언적 언질을 주었을까. 궁금하다.

예상을 뛰어 넘어 폭풍처럼 몰아치는 남북과 미국의 관계는 중국이라는 중간 양념을 자양분 삼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야만 한다. 이대로 허리가 끊겨 섬나라 아닌 섬나라로 분단의 아픔을 가져갈 수는 없다. 갈 수 없는 나라. 그곳이 바로 우리 형제의 나라다. 아무리 인정을 하지 않으려 해도 북한은 이미 유엔에 가입한 하나의 국가다. 적이 아닌 형제의 나라로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금강산을 오가고 대동강에서 유람선도 타고 만나지 못했던 가족도 만나야 한다. 그러다 뜻이 맞으면 통일을 하고 다시 한민족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대립과 반목은 우리를 힘들게 할 뿐이다. 월정리에서 끊긴 철도를 다시 이어 신의주를 지나 중국까지, 간도를 지나 러시아까지 이어가야 한다. 유럽까지 철도 여행을 하고 북한을 경유하는 송유관을 개설해 값싼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들여와야 한다. 결코 꿈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상이기도 했고 실제 개성공단은 그 출발점이기도 했다. 중요한 초석이었던 개성공단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주술적 부적을 준 사람의 조언 한 마디로 폐쇄해버렸고 한반도는 그렇게 위기에 빠졌다. 이제 모두의 바람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통일할 시기다. 철원군의 월정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팻말 옆에 나뒹구는 녹슨 기차의 흔적을 치우고 우리가 탄 기차가 힘차게 북을 향해 달리는 상상이 즐겁다. 어쩌다 섬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을 벗어나 유럽을 기차로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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