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윤곽이 드러난 출마자들이 나름 열심히 움직이고 있고, 매일 우체국 사거리에서 인사를 하던 출마자 한 사람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잘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이별은 항시 마음이 아프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기초단체장과 의원을 우리 손으로 선출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28년이니 사람으로 치면 성년을 지나 장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풀뿌리는 자리를 잡고 성숙해졌을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가장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족의 요인이 인재의 빈곤이라는 의견을 감수해야 한다. 밥상으로 비유하면 찬의 종류와 빛깔은 좋은데 실제 밥을 넘기는데 필요한 반찬은 없다. 더욱이 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식상하다. 그 중에 누군가에게 또 투표를 해야만 하는 고충은 온전히 유권자가 부담해야 한다. 28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풀뿌리는 지독한 종자 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는 나서는 사람들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자는 언자부지(言者弗知) 지자부언(知者弗言)이라고 말했다. 원래 의미는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고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이지만 여기선 행정을 견제하고 일을 할 만한 사람은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정작 지자(知者)는 나서지 않는다.

선택은 유권자의 것이지만 그 선택의 폭은 협소하게 정해져 있고 다시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당황스런 민권이다. 그래도 국민은 꿋꿋하게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는 인물을 추려야 하는 사명과 의무를 가져야 한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자치정부도 이젠 능력보다 정의와 도덕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박근혜 수업에 이어 이명박 복습이 확실하게 심어준 결과다. 국민에게 훔친 권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썼던 사람들이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이 바로 도덕이다. 이들에게 도덕은 빈곤을 부르는 정서의 사치일 뿐이다. 이번 자치선거에서 조금이라도 생각이 바르고 도덕적인 인간성을 가진 사람을 고르는 것이 최우선인 이유다. 조금 능력이 떨어지고 생각의 폭이 좁아도 좋다. 선출직 자리를 벼슬로 생각하고 특권층으로 수직 상승하는 통로로 생각하는 인물은 위험하다. 자신이 가장 우선인 이기주의일 가능성이 크다. 능력은 별것 아니다. 주위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공감하고 판단하면 그것이 가장 큰 능력이다. 출마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섰기 때문에 얻는 것이 선출직이다. 능력으로 오해하면 비웃음이 되어 돌아온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났고 똑똑하고 모르는 것이 거의 없고 거기에 선출까지 되었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이 내려다보이지만 군민이 얹어준 유기계약직 심부름꾼임을 절대적으로 자각해야 남은 삶이 편하다. 지극히 도덕적인 사람은 낮춤으로 세상과 인심을 얻는다.

모든 출마자들에게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라는 귀에 익은 명언을 다시 새겨보길 권한다. ‘몸과 마음을 잘 닦아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잘 다스려 천하를 평한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글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격물치지다. 주자는 격을 이룸으로 해석해 모든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면 앎에 이른다고 했고, 왕양명은 사람이 참된 앎을 얻기 위해선 마음을 어둡게 하는 물욕을 없애야 한다고 해석하며 도덕적 실천을 중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수신제가는 공허하다. 적어도 군민의 천거를 받아 군정을 이끌고 견제하며 수레의 두 바퀴가 되고자 한다면 대학(大學)’ 정도는 정독을 해야 하는 성의를 보여야 마땅하다. 주희가 보충한 격물치지보망장 134자는 주자학의 핵심 기본문제로 중요하며 한 번은 반드시 읽어 봐야 할 내용이다. 옛 것을 읽어 현대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말은 읽고 나서 하자. 도덕 없는 능력은 치부와 욕심을 부르고 능력이 부족한 도덕은 좋은 사람을 부른다. 현대에는 가르치지 않는 것이 인성 공부다. 반면 선조들이 공부했던 모든 과목은 인성과 통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출마자의 도덕성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선출직의 40%가 전과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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