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하/ 영광군농민회장

근대화 이후 한국농업과 농촌은 고속성장의 배후에서 끝없는 희생과 해체를 강요받아 왔으며,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한 농업정책의 결과로 농업 및 농촌은 벼랑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처지다.

농업은 갈 길을 잃고, 농촌은 거대한 무덤으로 변했으며, 농민은 이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박근혜 정권 때에 우리 농민들도 권력부패와 국정농단에 맞서 함께 촛불을 들었고, 함께 사는 나라, 공정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힘을 모았다. 국민이 대통령을 바꿨고 농민들도 새로운 봄을 기대했다.

적폐가 가장 오랫동안 쌓인 농업분야도 볕이 들어, 새 정부와 함께 수십 년 묵은 개혁의 과제를 실현하기를 기다렸다. 우리 농업에 시간이 많지 않기에 간절함은 더욱 컸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 농업정책은 이전 정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으며 20177월 대통령이 직접 발표에 나선 국정과제에서 우리는 적폐구태 세력이 여전히 농정을 장악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자신 있게 공약한 농정기조의 대전환, 농정철학부터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던 공약이 거짓이 아니라면, 농정을 농단해온 구태 관료에 의해 바꿔치기 당한 것이다. 우리의 농정과제 개선 요구와 대통령 면담요구는 묵살 당했다.

현재의 무능한 농식품부만으로 국민의 먹거리,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범 농업진영이 요구하고 대통령이 공약한 농어업특별위원를 구성하였지만 지금은 그 어떤 활동속에서도 이행의지를 찾을 수 없고, 청와대로부터 위원회 무용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국가개조 책무를 부여받은 정부의 초대 장관,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관과 핵심관료들은 8개월 안팎의 이력을 쌓은 뒤, 입신양명의 길로 나섰다. 적폐청산과 농정개혁을 목표로 장관이 설치한 농정개혁위원회는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국정연설, 대국민 담화에서 농업과 농민을 입에 올리지 않고, 농업개혁의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농정이 완전 실패작이라며 무관심, 무책임, 무대책의 3무 농정이라던 주장이 새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업과 농촌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며 다음 대통령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금 바로 개혁의 기치를 들지 않고는 무너진 농업과 농촌이 회생할 가망이 없다. 범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마련 없이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문제는 해법이 없다. 국민의 힘으로, 농민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과 농민의 명을 받아야 한다. 농업홀대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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