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많은 여성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여성 농민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여성의 지위 향상이다. 단적인 예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장관 비율을 30%대로 늘렸다. 농업부문에서도 여성농민, 특히 여성경영주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그렇지만 여성농민의 실상은 아직도 취약하기만 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농가경영주는 2005년엔 남성 114만 명, 여성 22만 명이다. 10년 후인 2015년엔 남성 90만 명, 여성 19만 명이다. 경영주의 숫자는 감소했으나 성별구조는 남녀 82의 수준으로 10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성경영주의 연령분포를 보면 60세 이상이 80%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여성농민이 남편과의 사별 등 불가피한 이유 때문에 경영주가 됐기 때문으로 분석이 된다.

하지만 여성농민과 남성농민의 숫자는 거의 비슷한 수치다. 더욱이 농업 종사 가구원의 수는 남성이 100만 명, 여성이 98만 명 수준이다. 남성은 경영주나 후계자이고 여성 대부분이 이들의 배우자라고 인정하면 70만 명 이상의 여성농민이 농가경영주로서 대우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부장적인 현상이 뚜렷한 농촌지역에서 경영주는 남편이나 아들이 맡고 여성농민은 농업보조자의 위치에서 영농에 종사하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지원부에 농업인으로 등재된 여성비율은 19.2%, 후계 농업인으로 여성은 14.5%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렇든 여성농민은 농지소유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각종 정책대상자 선정이나 정책자금 대출 등에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농민으로서도 명확한 직업적 지위가 없으므로 교통사고 시 보상기준을 설정할 때에 임용근로자 임금기준을 적용받는 것이 일반적인 실정이다.

여성농민이 농업경영에서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무엇보다 공동경영주 등록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금년부터 여성농민의 공동경영주에 관한 등록절차가 개선돼 여성농민의 직업적 지위가 강화 될 전망이다.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공동경영주 제도는 20163월에 도입 됐으나 공동경영주 등록 시 경영주의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 자유로운 등록에 제한이 있었다. 올해부터는 농업경영체의 가족농업인으로 등록할 때 여성농민이 스스로 공동경영 여부를 표기해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또한 여성농민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되고 있다. 2001년 제정된 여성농업인 육성법에 근거해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 계획의 비전은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구현이다.” 이 계획에 의해 여성농민의 직업 역량강화와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 확대, 여성농민을 위한 복지, 문화서비스 제고, 다양한 농촌여성 주체 양성등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전담하기 위한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와 정책이 잘 갖춰진다고 해도 여성농민 스스로 경영주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각자의 의지가 없으면 여성농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미래는 요원할 것이다. 여성농민 스스로가 무조건 의식을 전환해야하는 가운데 스스로 경영주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여성농민의 지위를 인정하고 권익을 보장하는 제도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올해는 더 많은 여성농민들이 제가 경영주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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