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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2018년 05월 14일 (월) 11:21:49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당신은 도대체 시골이란 곳을 얼마나 깊이 파악하고 숨겨진 정보를 얼마큼 얻고 나서 그렇게 대담하고 유치한 결단에 이른 것인가요?” 이것은 충고가 아니라 경고에 가깝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마루야마 겐지는 시골에서 과감하게 인생의 2막을 시작한 대가로 감수하거나 혹은 맞받아쳐야 할 시골 생활 생존 노하우를 일러준다.

귀촌을 고민하고 있는 도시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망상에서 깨어나 듯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반대로 나 같은 시골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무릎을 치고 낄낄 거리며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책은 후반 인생을 시골에서 보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골에서 살고 싶으면 목숨을 걸라니. 이쯤 되면 경고를 넘어선 협박 수준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말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나는 귀농 10년차다. 미세먼지 걱정없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과 멱살잡이를 할 필요가 없는 환경은 도시보단 확실히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이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전원의 고즈넉함이나 즐기며 유유자적 살기에는 적지 않는 시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마을에는 병원은 고사하고 약국도 하나 없어서 급하게 약이 필요할 경우 차를 몰고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하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처지는 말해 무엇하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의 시골 농촌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시골에서는 간단한 생필품 하나를 사려고 해도 읍내까지 하루 온종일 걸리는 걸음을 해야 한다. 마을에 그 흔한 구멍가게 하나 없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의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구매 난민의 신세로 전락한다. 거듭되는 인구유출과 고령화로 황폐화 된 농촌 마을은 의료, 교육, 문화, 교통, 복지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도시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 책 제목처럼 시골은 정말 그런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양극화와 불평등이 지배하는 곳. 공공성은 고사하고 시장이 제공하는 흔한 서비스마저도 접하기 어려운 곳. 단순한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서 당장의 생존조차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곳. 나아가 대를 이어 삶을 뿌리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 때문에 지속가능한 삶을 기약할 수 없는 곳. 전원 생활의 로망 대신 생존의 치열한 사투가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 시골 마을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떠나는마을이 아니라 돌아오는마을로 시골이 대안적 삶의 진정한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마을의 역사와 생태, 문화와 호혜적인 관계망 복원 같은 것은 안중에 없는 그렇고 그런 개발 공약만이 난무한 상황에서 가슴 따뜻한 로망이 되살아나는 시골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터전으로서의 마을의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의 시골 생활에 남다른 각오를 다지는 이유다.

10년째 시골살이지만 아직도 나는 도시와 시골의 삶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어정쩡한 경계인일지도 모른다. 존재는 시골 마을의 구성원으로 흙을 밟고 있지만 삶의 방식은 여전히 도시적 라이프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바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읍내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익숙하고 자동차가 없이는 감히 어디를 갈 엄두를 못낸다.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지만 밭을 메고 작물을 가꾸는 노동은 여전히 몸에 베지 않았고 때를 놓쳐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마을공동체가 붕괴되었다고는 하지만 시골은 여전히 시골만의 정취와 문화가 남아있다.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어설프지만 이제는 마을의 누구를 만나도 거리낌없이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데 스스럼이 없다. 손바닥만한 텃밭 농사의 흥망성쇄를 겪으면서 자연의 이치와 농사의 가치, 농부의 존귀함을 깨닫는다. 새벽부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놀라 문을 열었을 때, 시금치며 마늘이며 각종 제철 채소를 한 아름 가져와 안겨주시는 옆집 할머니의 환한 웃음에서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마루야마 겐지는 어디를 가든 삶은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일으킬 의지와 능력이다. 삶의 소박함과 불편함이 주는 역설적인 행복이야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시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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