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100일 만에 다시 만난 조채랭씨

본지는 지난해 가을 지붕에서 비가 새고 벽은 갈라진 100여년은 됐을 법한 폐가 수준의 집에서 생활하던 다문화 가정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후 모녀는 지역사회 성금으로 마련된 작은 아파트 희망이네 러브하우스에 올 21일 김준성 군수 및 불갑사 만당주지 스님 등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입주했었다.

당시 희망이로 불렸던 초등학교 2학년 딸 채연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조채랭(39)씨를 100일 만에 다시 만나봤다. 조씨는 넓은(24) 집에서 TV, 냉장고, 가구 등은 물론 채연이 방도 생기고 따뜻해서 좋다무엇보다 도로와 가까워서 집에 있는 게 무섭지 안다고 말했다. 예전 폐가 수준의 집은 도로와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인데다 아무나 함부로 집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그에 비해 새집은 아니지만 이곳은 안전하다는 점이다. 조씨는 큰방과 작은방 2개에 거실, 주방까지 있다채연이가 가끔은 아빠가 보고 싶다며 안방에 와서 같이 자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씩씩하게 안 아프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특히, 채연이는 자기방이 생긴 것도 좋았지만 예전에는 무서워서 화장실도 제대도 못 갔던 집이 이제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행복한 곳으로 여긴다고 한다. 입주 후 예전보다 더 씩씩하고 건강해졌다.

이들 모녀는 집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근지역 김치공장에 다니다 지난해 오른손 검지가 잘리는 사고로 6개월 넘게 일을 못했다. 산재보상으로 기본 생활비 정도는 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늘 고민이다. 최근에는 오후에 숙박업소 청소를 돕고 밤에는 25,000원을 받는 목욕탕 청소 알바를 다닌다. 예전처럼 안정되고 고정적인 직장에 다니게 숙원이다. 다행히 조씨의 사례를 전담해 온 황지현 영광군청 사회복지사 등의 도움으로 최근 자활센터 근무를 검토 중이다. 자활사업단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종을 선택해 안착할 계획이지만 근무여부는 한달 뒤 결정된다. 이곳은 급여는 많지 않지만 적금형태의 매칭지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 조씨는 2016년 한국 국적취득으로 엄연한 국민이 됐다. 12살 때 이모에게 맡기고 떠나온 캄보디아 시골마을 남동생이 이제는 22살의 세 아이 아빠가 돼 대견하다면서도 고향이 그리운 눈치다. 조씨는 아직 외국인이라는 편견이나 시각이 있지만 당당하게 한국인 영광사람으로 군민들께 감사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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