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 영광서해산악회원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12일 흑산도, 홍도를 향하는 마음은 즐거웠다. 거창한 일상탈출은 아니지만 섬이 주는 묘한 매력과 40여명의 서해산악회원들과 함께 떠들썩하게 떠나는 여행은 혼자일 때 보다 부산스러움은 있지만 단체가 주는 웃음은 나를 내려놓게 만든다.

이른 아침 목포에 도착하여 흑산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맡기니 바다가 출렁거린다. 비가 내리는 탓으로 창밖을 또렷하게 볼 수 없었지만 안좌도를 지나는 모양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여행이지만 배멀리는 혼자만의 고통인가보다. 출렁거리는 바다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벌써 흑산도에 도착하였다. 버스투어로 바라본 흑산도는 작고 아담한 마을로 이루어져있고 가파른 길과 펼쳐져 있는 양식장과 멸치젓갈을 담궈 놓은 까만 통이 유독 눈에 뛰었다. 동백나무가 많아 가을에는 단풍이 들지 않는 다는 섬, 흑산도아가씨라는 노래로 불리워지는 섬은 고급스러운 빚깔과 남도의 맛을 품고 있는 홍어가 살고 있었다. 점심과 곁들인 홍어 한 점 만으로도 흑산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이미 알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흑산홍어는 개별 라벨을 붙여 판매되고 있으며 차지고 톡 쏘는 그 맛은 어느 별미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유의 맛이었다. 홍도로 향하는 여객선에서는 정말 거부할 수 없는 멀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혼을 놓아도 출정거리는 몸을 어찌할 수 없을 만큼의 파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 파도는 더없이 자연에 순응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빗방울을 헤치고 홍도에 도착하였으나 5월 바람이 차고 추웠다. 웅크리며 찾아가 숙소는 지친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숙소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깃대봉을 향하였다. 초입에는 약간의 경사로가 있었으나 숲은 사람을 감싸주었고 그 품은 언제나 그렇듯 청명한 맑음을 가져다 주었다. 안개가 많아 정상에서 해상공원을 내려다 볼 수는 없었지만 비오는 날의 깃대봉 산행은 정말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정다운 사람들과 저녁을 나누며 일상탈출에 서서히 성공하고 있었다.

따뜻한 숙소에서 포근한 밤을 보내고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홍도의 유래와 바위와 절벽과 해상에서 먹는 회는 다시 군침이 돌게 만드는 우럭회는 정말 색다른 맛이었다. 암석해안으로 자연그대로의 암석과 수많은 분재들로 이루어진 섬들은 정말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해저동굴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보는 사람마다에 다른 생각과 풍경을 안겨주었다.

서해산악회원들은 함께 시간에 맞추어 걷고 주변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마주보면 식사를 하고 함께 웃으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 했다. 모두가 바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이 한데 모여 식사하는 시간도 드물다. 그런 귀한 시간을 내어 우리는 함께 발 맞추어 걷는 기쁨을 나누었다. 이보다 더 좋은 사이는 없을 것 같다. 모두를 아우르는 최광규회장님과 서해산악회 회원들의 단결되고 가족의 정은 살아가는 내내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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