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속력에 따라 시간, 질량 등 물리적 상수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 속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질량이 늘어나며 물체의 길이도 변합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빛의 속력, 광속(光速)입니다. 광속은 진공에서 약 3,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빛을 발사해도, 움직이는 우주선에서 빛을 발사해도,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에서 보아도, 어떤 상황에서도 광속은 3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특수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이 발전하였고 광속은 물리학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것들도 결국은 모두 변합니다. 우리의 생각, 모습, 관계, 환경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물리학의 광속처럼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을 붙들기 바랍니다. 어떤 시대, 환경, 상황 속에서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세상을 살아갈 때 분명하고 확실하게 붙잡을 만한 유일한 기준이 됩니다. 아무쪼록 시간에 따라 변해버리는 유한한 가치에 소망을 두지 마시고, 오직 영원히 변치 않는 것에 삶의 기준과 소망 삼아 환경을 초월하여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박사과정이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늘 계획의 연속이었고 내가 짜둔 나의 계획에 내가 무너지지 않으려 아등바등했던 모습이었습니다. 작심삼일이라면 삼일에 한번씩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던, 그 뻔하지만 불변의 진리를 지키려고 무척이나 애썼던 듯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 내 플래너는 빼곡하고 철저하게 쓰여져 있었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의 표식들이 떠다녔지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나는 매일 플래너를 쓰고, 일기를 쓰면서 나 자신을 다잡아 나갔습니다.

사실 나 또한 그 당시 논문이라는 이 지루한 싸움이, 여러분들처럼 똑같이 지겨웠고 매일같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은, 그때의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습니다. 늘 부족하고 여전히 아쉬운 나 자신이지만 그래도 그때 얻은 것들은 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습관을 잃지 않았으니까요. 이것은 상당한 기적입니다.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 실행하기 힘들었을 것들을 나는 하나씩 수행해나가고, 그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학생들을 새롭게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아도 좋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그리고 공부해도 좋다구요. 본질은, ‘공부를 한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든, 하지 않든 내 자신의 중심을 세워 나가라는 이야깁니다.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 먹은 마음을 실천하는 그 자세를 중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놀고 싶으면 놀아야 하는 이유, 공부를 해야겠으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공부가 아니라 그것이 음악이건 운동이건 미술이건 요리건! 내 선택에 나 자신은 납득이 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에요.

질문을 던지라는 말도 이와 같았습니다. 모든 루틴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요 물론, 양치할 때도 내가 양치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적을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살아가면서 뭔가의 무게있는 것들을 선택해 나갈 적에는 중심을 세우길 바랍니다.

나는 지난 생활을 통해, 지금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한없이 늘어진다는 역효과가 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거꾸로 계획을 세울 줄 알고 지킬줄 알기 때문에 늘어지는 나 자신도 내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시간, 참 깁니다. 지치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마다 나를 다잡는 것은 나 자신임을 기억하세요. 누구도 나의 괴로움을 해결해 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돌아보며 변하지 않을 것들에 대해 지켜나가야 합니다. 시험은 변하고, 통과해 나가야 할 인생의 관문은 여러 가지 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했다면 변하지 않을 것들을 지켜가세요. 그것이 선택과 집중의 원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우리 자신을 던져 헌신해 나갈 때 진정한 발전이 있으며 혼란막급한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시대정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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