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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살리면 죽는다
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2018년 05월 28일 (월) 10:52:26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요즘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라가 뒤숭숭하다. 선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이슈 때문이다. 오히려 선거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라는 느낌이다. 야당은 호재보다는 악재에 시달리다 겨우 실오라기라도 부여잡은 것이 드루킹 사건이다. 그래서 필사적이다. 국회는 시급한 법안처리는 뒷전이고 제 동료 살리기는 적극적인 모양새를 보이며 기어이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 냈다. 특히 야당의 행태는 국가보다 당익이 절대 우선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권력욕에 충실한 사람들의 전형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우리에게 가장 치욕이었던 역사는 고려 때 몽고 침입과 조선시대 왜란과 호란이다. 몽고는 1231년부터 29년 동안 6차례나 침입을 강행해 온 국토를 초토화시켰다. 특히 대구 달성과 현풍, 화원, 하빈 지역은 피해가 극심했다. 하지만 역사적 피해는 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한 사실이 더욱 상처가 깊게 남았다. 왕은 원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이름 앞에는 충성을 다하라는 충()을 붙여야 했다. 여기에 몽골식 변발과 호복에 의복 양식까지 따랐다. 이른바 속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78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 생활양식이 온통 미국을 닮아있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학교에서도 국어보다 영어를 오히려 중요시하고 한글 맞춤법은 틀려도 흉이 아니지만 영어 철자를 틀리면 무식자 취급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전쟁은 임진왜란이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지도층의 권력욕이 얼마나 사적이고 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조선 최악의 군주였다는 선조의 당시 전시 대처는 상당히 엽기적이어서 어떠한 합리적 변명도 그의 행각을 덮지 못한다. 왜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궁에 불을 지르고 야반도주한 왕을 위해 백성들은 자신은 굶으며 쌀을 모아 행재소로 보냈다. 6.25 당시 이승만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쟁이라도 나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던 고위층부터 먼저 도망을 가고 백성은 죽창이라도 들고 싸워왔던 것이 우리 역사의 현실이다. 여기에 공은 온전히 자신들이 가져가고 지켜진 나라의 권력도 다시 그들이 누린다. 임진왜란은 유명한 장군과 의병장을 많이 남겼지만 경상도의 곽재우와 전라도의 김덕령 그리고 바다의 이순신이 가장 상징성을 갖는다. 이순신은 전기가 많아 잘 알려진 반면 곽재우와 김덕령은 과소평가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갖는 공통점은 바로 권력의 추악함이다. 임란에서 대공을 세운 이순신을 기다린 것은 감옥과 백의종군이었다. 정유재란의 마지막 노량해전의 전사는 아직 미스터리다. 총알이 쏟아지는 갑판에 최고 지휘자가 나와 앉아있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일부 역사가들은 죽어야 명예라도 산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어차피 살아도 선조의 치하에서 목숨을 부지하긴 힘들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순신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김덕령은 어려운 전쟁에서 살아남은 대가를 죽음으로 치른다. 역적으로 몰려 결국 처형을 당하기 때문이다. 선조의 피난길을 모셨던 주위의 공신(?)들이 많은 병력과 백성의 신망까지 받고 있던 의병장의 존재가 거슬렸고, 특히 선조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곽재우는 많은 벼슬을 적당히 물리치며 산 속으로 들어가 솔잎을 따먹으며 선술을 연마한다는 핑계로 세속을 떠나버린다. 결국 65세의 나이로 자신이 지은 망우정에서 죽지만 그는 친했던 김덕령의 억울한 죽음과 잡혀 올라오는 이순신을 보면서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순신은 최후의 일전에서 죽음으로, 곽재우는 솔잎을 씹으며 세상사 무관심으로, 김덕령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역적으로 죽음을 맞았다.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의 공통점은 국가의 흥망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충신은 죽을 수밖에 없다. 나라를 살리는 사람들은 죽는다. 김구 선생이 그랬고 여운형이 그랬고 장준하가 그랬다. 특히 여운형은 통일정부수립을 위해 헌신하다 반대 세력에게 십여 차례 테러를 당했고 결국 한지근의 저격으로 숨진다. 권력의 사적 욕망은 가장 먼저 의병장 혹은 독립운동가를 겨냥했고 민주화운동을 위해 몸을 바친 사람들이 다음이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억지라고 치부하기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죽었기 때문에 충신인지 충신이어서 죽었는지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을 죽인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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