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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과서 한자병기 폐기 결정
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2018년 06월 04일 (월) 10:59:04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디지털 세상에 한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민족이 고대부터 써왔던 문자가 요즘 평가절하에 푸대접 일관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아름다운 한글이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문자를 거론함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우리말의 거의 모든 단어가 한자로 구성 되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이 모든 단어는 한글로 표기가 가능하며 뜻도 대충은 헤아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충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확한 독해가 안 된다는 말이다.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를 한자 독해를 통하지 않고 해석을 하니 정확한 뜻이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쓰던 단어들이 어떻게 조성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구사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정부에서 시행하는 교육지침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정치인과 학자는 별로 없다. 단어의 90%가 한자인데 새김을 모르고 읽는 글이 올바로 해석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독해력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이고 전문성을 띤 글에서는 난독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 300자 한자를 병행 표기하기로 추진했던 정책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9년부터 폐기되었다. 쟁점화를 피하기 위해 알리지 않고 슬며시 폐기해버린 것이다. 한자병기가 추진되던 2015년부터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라는 긴 이름의 반대 집단에서 시위를 해왔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수렴해보니 반대가 많아 폐기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른바 학부모를 상대로 한 결정이다. 대한민국의 학부모가 누구인가. 모든 상황을 아이들의 입시에 맞추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한자교육이 가당한 정책으로 느껴질까. 답답한 노릇이다.

한 때 한자교육을 중고등학교까지 전면 폐지를 했던 적이 있다. 이른바 한글학자들의 입김이 거셌던 시기다. 결국 해당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세대가 되고 말았다. 2천 년 이상을 기록했던 우리의 정체성을 순수한 한글로만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옛 서적에서 간단한 한자만 튀어나와도 때 아닌 문맹의 자괴감에 사로잡히는 세대다. 당시 한글학자들의 세종대왕 띄우기와 맞물린 정책은 우리 국민에게 절반의 문맹과 독해력 저하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우리는 아무리 합리화를 시도해도 아시아 한문문화권이다. 한자를 외래어 취급을 하는 사람들은 중국 본토에서 웅비의 기상을 드날리던 고조선을 부정하는 것이다. 신라 역시 조상인 김알지가 본토를 누비던 흉노족이다. 당시 변방족에 불과하던 한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한나라 이전의 중국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기록이 되어 내려온 우리의 정체성을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한글만 우리 것이라 우기는 사람들의 단순한 논리로 부정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바로 역사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원의 침입에서 일본의 왜란에서 병자년 호란에서 다시 일본의 경술년 국치에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반성이 없는 역사는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한글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글을 사랑하지만 한자의 폐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 중에 순수 우리말로 알고 있는 단어들도 어원을 따져보면 상당수가 한자에서 기원하고 있다. 가게는 가가(假家:임시로 차려 놓은 점포)에서, 을씨년스럽다는 을사조약에서 나온 을사년(乙巳年)스럽다에서, 설렁탕은 임금이 내린 국밥 선농탕(先農湯), 김치는 침채(沈菜)라는 한자에서, 배추는 백채(白菜), 고추는 고초(苦草), 상추는 생채(生菜), 동치미는 동침(冬沈), 싱싱하다는 생생(生生)하다, 숭늉은 숙냉(熟冷:끓여서 식힌물), 성냥은 석류황(石硫黃), 영계는 연계(軟鷄), 얌체는 염치(廉恥), 장난은 작난(作亂), 갑자기는 급작(急作), 내숭은 내흉(內凶) 등 끝이 없다. 학교에서 순수 우리말이라 배웠던 생각이나 상고대등도 어원은 한자고 한글학자들이 우리말이라 정했을 뿐이다. 화장실을 뜻하는 측간(廁間)도 한자다. 과연 한자 없는 우리말이 있을 수 있을까. 일본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이 한자를 써서 쇠퇴한 것은 없다. 오히려 볼펜 한 자루면 한자문화권에서는 필담 소통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깊은 새김이다. 맹물로 끓인 국과 진한 육수를 내려 끓인 국 맛의 차이다. 후손들을 절반 문맹으로 만들어버린 과오를 범한 사람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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