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지방선거의 마무리와 함께 최근 공무원의 승진 인사가 있었다. 선출직인 군수가 공무원의 인사를 관장한다고 보면 소위 인사권이라는 무기는 막강한 것임에 틀림없다. 역으로 그만큼 선출직의 선택은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55세 이상의 세대에겐 공무원이란 그다지 좋은 직장은 아니었다. 더욱이 특별채용이라는 이상한 전형으로 공무원이 가능했던 시대였기에 무시험으로 자리가 채워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공직자의 수준도 요즘 공시를 통해 들어온 세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의 동원이다. 이들이 연륜이 더해져 사무관으로 혹은 서기관으로 진급을 했고 영광군은 이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 그러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형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20만 명이 준비하고 있다는 공무원 시험의 좁은 틈새를 뚫고 들어온 사람이 있는 반면, 소위 임직이라 부르는 유기계약직으로 들어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평생직장이 된 사람도 많다. 작년에만 해도 상당수가 이렇게 평생직장을 잡았다. 요즘 실력의 대명사가 된 공무원 시험 패스자들의 평균 수준을 사정 없이 끌어내리는 이들을 계약직으로 추천해서 데려온 사람들은 누굴까.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계약직의 정직전환이라는 미명 아래 정식으로 시험의 관문을 통과했던 사람들의 의미는 없어져버렸다. 어려운 시험의 관문은 서민들의 몫이고 계약직으로 들어가 정직으로 전환해버리면 실력은 전혀 필요치가 않다. 특히 도시로 올라가 고시촌 쪽방에서 쪽잠을 자며 공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사람들의 상실감은 상당하다. 이들이 시험이라는 어려운 관문 없이 차지해버린 자리는 바로 열심히 공부하는 준비생들이 들어 가야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좁아진 관문은 도 없고 도 없는 사람들이 져야할 부담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헌법상의 평등권 위반이다. 자녀들의 장래가 왜 부모의 사회적 활동으로 결정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이들의 능력이다. 실제 이들을 계원으로 데리고 있는 담당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문제점은 능력으로 드러난다. 전혀 업무처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군의 수장인 군수지만 표를 먹고 사는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른바 지방자치제의 최대 적폐다. 알면서도 벙어리 냉가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여기에 잘못된 공무원의 인사도 문제다. 누가 봐도 이해가 힘든 승진과 전보는 비일비재하지만 역시 누구도 말은 못한다.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위 인적 바리게이트다. 좋은 말은 올라가고 쓴 소리는 자동으로 바리게이트에서 걸러진다. 그래서 본인은 좋은 소리만 듣고 자신의 행동은 합리화 시킨다. 우리 조상들은 일일삼성(一日三省)’을 말했다. 영원한 자리는 없다. 선출직은 4년 유기계약직이다. 자리에서 물러나 일반인으로 돌아갔을 때를 위해 하루에 3번은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한 사람의 잘못된 인사는 만인의 불신을 산다. 더욱이 자신의 현명함까지 담보로 내 놓아야 한다면 깊은 사려가 필요할 것이다.

공무원 전체의 수준도 문제다. 담당자가 관련법도 몰라 헤매고 적시하고 가르쳐줘도 이해를 못하는 공무원도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이들은 중요 직책에 발탁이 되지 않는다. 탁월한 일처리와 완벽한 대민 자세가 감탄스러워도 거기까지다. 청 내에서 인정받는 것과는 별개다. 이젠 선출직과 공무원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곤충도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을 하는데 소위 공직자들이 발전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공장의 기계밖에 없다. 누가 봐도 합당한 승진과 전보인사가 필요한 시기다. 가장 절실한 것은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의 정의다. 흠결이 많은 순서로 승진이 되고 영전이 된다면 정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아부와 아첨이 정의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영광에 희망이 없었다.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7기 지방자치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불식하고 영광의 공직사회에 정의와 희망을 심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안 되는 것보다 해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는 공직자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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